[증권/'사재출연' 고민 현대]＂주식 내놓아도 폭락 뻔한데＂

‘총수일가 사재출연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그룹이 현대투신 부실처리를 위한 자구노력 방법을 둘러싸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인 현대투신에 지원을 하려면 그룹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으며 여론도 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공식적으로는 “총수의 사재출연은 어렵다”고 밝힌다.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에서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사재출연을 한 전례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이회장은 자동차산업 과당진출의 책임을 져야 했지만 정명예회장 일가가 현대투신 부실의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에 대한 정부 및 여론의 압박을 감안할 때 일정부분 사재출연이라는 ‘처방’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내부적으로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측이 빠르면 이번주중 총수일가의 사재출연 등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솔솔 흘러나온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정부지원에는 명분이 필요하고 현대그룹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아 자구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구체적 방안이 마땅찮다”고 말했다.

현대가 총수일가의 사재출연을 받아들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또 다른 벽이 있다.

현대측은 “정명예회장과 몽구(夢九) 몽헌(夢憲)씨가 보유한 재산중 현대그룹 상장주식의 주가총액은 현재 총 2000억∼3000억원 내외에 불과해 주식출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가진 비상장주식, 개인예금과 부동산 등도 내놔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총수일가가 그동안 개인재산도 상당히 처분, 계열사 출자에 사용했다는 게 현대측의 주장. 현대전자 등 계열사가 현대투신에 추가출자할 경우 해당 계열사 주가의 동반폭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고민.

그룹내 일각에서는 현대가 ‘투신포기’라는 배수진을 치고 정부와 대결을 해야한다는 감정적 기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하면 현대측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부에 ‘성의’를 보이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규진·이병기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