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수혁아, 어서 일어서라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말수가 적고 온화한 표정의 임수혁은 야구선수라기보다는 학자 같은 인상을 풍기는 선수다.

이런 그가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핀 잠실벌의 찬바람 속에 쓰러진 후 월요일(24일)엔 하품도 하고 눈도 두 번이나 끔벅거렸다고 한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한 충격은 불과 열흘 전만 하더라도 홈구장에서 6연패를 당하며 비틀거렸던 롯데에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이제 롯데는 매직리그 선두 LG의 턱밑까지 쫓아갈 정도로 상승세다. 임수혁이 쓰러지자 롯데 선수들은 헬멧에 그의 등번호 ‘20’을 새기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스포츠에서 팀워크와 공동목표 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곰곰이 되씹어보면 이런 사고로 인한 상승 분위기보다는 구단의 정상적인 지원으로 강팀이 돼야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잠실구장에서 쓰러졌기에 망정이지 지방의 다른 몇몇 구장 같았으면 응급처치도 어려웠을 것이니 우리 구단들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임수혁이 그 큰 눈을 끔벅거리면서 하루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수혁아! 트레이드마크인 시원한 홈런도, 지난해 플레이오프 7차전 대타로 나와 우측 스탠드에 꽂았던 극적인 홈런도 이젠 필요없다.

내년 개나리가 다시 필 때쯤 타석에 들어서서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홈런 칠 때의 집중력을 발휘해보면 안되겠나.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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