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메모]동양매직 가스오븐렌지 '파격'으로 성공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도대체 그 철퇴처럼 생긴 식기 뚜껑 안에 들어있는 게 뭡니까.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원숭이 골요리라도 되는 겁니까?’

동양매직 가스오븐렌지 광고를 심의한 방송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이 전화로 물어온 내용이다. 광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뭔가 문제라도…’하는 불안감에 가슴을 조이다 ‘바로 그거야!’하며 쾌재를 부른 순간이었다.

광고가 방영되는 15초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시청자의 시선을 TV에 붙잡아 둬야 하는 광고 제작자에게는 기나긴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길고도 짧은 15초 동안 긴장감과 안도감이란 상극의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고풍스런 식탁이 놓인 어두컴컴한 식당, 음식을 기다리느라 목이 ‘쏙 빠져버린’ 가족들.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 빨간 장갑을 끼고 새빨간 장미를 입에 문 주부가 강철 가시가 삐죽삐죽 돋친 음식접시를 수레에 담아 밀고 들어온다.

접시 뚜껑을 여는 순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족들. 음식을 향해 맹렬히 덤벼든다. 이때 지옥의 불길 같은 붉은 화염을 내뿜는 가스오븐렌지가 한마디 한다. “제가 맡겠습니다.”

매직 가스오븐렌지의 TV CF에는 맛깔스런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는 현모양처형 엄마의 모습도 없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서나 볼 듯한 괴기스런 가족과 섹시한 슬립 드레스 차림의 주부를 보여줌으로써 주방 조리기구 광고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을 시도했다. 재일교포 2세인 CF감독 이태영씨가 일본 현지에서 제작해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깜짝 놀랄 만큼 새롭고 놀라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모험을 걸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다. 하지만 ‘컬트 영화’ 같은 분위기의 광고는 아무 상품에서나 모험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점유율 1위의 브랜드가 아니라면 감히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을까.

김현정(광고대행사 올포스트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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