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Fashion]여성옷 다양하고 비싼 이유는…

톰 울프는 35년 전에 ‘비밀스러운 악덕’이라는 에세이에서 남자와 패션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남자들이 존재한다. 일종의 싸구려 장식처럼 소매에 단추를 그냥 달아놓기만 한 양복을 입은 남자와 소매에 단추 구멍과 단추가 정말로 달려 있어서 손목 부분의 단추를 풀 수도 있는 옷을 입은 남자이다.”

그러나 진짜 단추 구멍이 달린 옷에 많은 돈을 쓰는 남자도 여자들처럼 자기가 입고 있는 비싼 옷에 남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단추 구멍을 쓰다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울프의 주장에 따르면 남자들은 섹스에 대해서는 지칠 줄 모르고 얘기를 하지만 옷에 대한 화제는 결코 입에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지나치게 신경을 쓴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과 능력을 풍겨주는 옷을 원한다.

여자들은 설사 남자처럼 옷을 입어도 남들에게 조롱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여자들은 20세기에 거의 모든 종류의 남성 의복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의복의 남녀평등이 이룩된 마당에 여성들은 왜 아직도 옷에 남성들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걸까. 그것은 여자 옷이 남자 옷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격차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 옷이 시즌에 따른 유행을 타지 않으며, 항상 똑같은 재단방법과 침침한 색깔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에는 남자 옷이든 여자 옷이든 대량으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이 설명이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여성 패션의 개발과 마케팅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설명을 내세운다. 또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낮은 가격이 매겨진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의 질을 낮춰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여성 패션의 개발이라는 것 역시 기존의 디자인에 사소한 변화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왠지 여자들이 속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www.nytimes.com/library/style/041800co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