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원/백두대간이 신음하고 있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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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강원도와 경북 지역 등의 대형 산불은 엄청난 면적의 산림을 훼손시켰다. 이번 산불로 말미암은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산림생태계도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더군다나 민족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이 직간접적으로 큰 피해를 보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의 물줄기로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 그래서 한반도 전역의 수계를 나누어주는 기준이자 경계가 바로 백두대간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주요 하천의 유역과 수계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남한지역 백두대간 670㎞ 구간 중에는 지리산 설악산 등 국립공원 7개소를 비롯해 도립공원 2개소가 있다. 또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2개소를 비롯해 소백산 주목군락 같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3개소, 그리고 주요 천연보호림이 망라되어 있다. 산림청과 녹색연합 등의 보고서에 의하면 백두대간 생태계는 대단히 다양한 동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산양이나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같은 포유동물을 비롯해 1500종이 넘는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중의 보고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달민족이 처음 웅크리고 앉았던 백두에서 노고단 마고할미의 치맛자락 인 지리까지, 한반도를 꽉 짜이게 지탱해주는 우리의 골간이자 민족혼의 바탕 자리이다. 이러한 귀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백두대간이 이런 저런 이유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관통도로로, 군사시설로, 국립공원 내의 집단위락시설로, 양수발전소로, 온천으로, 석회광산으로, 고압송전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의 대형 산불까지 겹쳐 그야말로 백두대간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산불로 인한 피해가 복구되는 데는 최소한 40년 혹은 10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불이 난 뒤의 그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 생태계의 완전 복구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조림이 좋은 것인지 평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조림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산림녹화를 위한 지난 30여년 동안의 조림이 결과적으로 산림 구성의 획일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림지가 일본잎갈나무 잣나무 전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조림수목 중 가장 많은 개체를 차지하는 일본잎갈나무는 백두대간인 일부 국립공원의 핵심지역을 비롯해 주요 산악권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차제에 통일을 대비한 백두대간의 보존정책도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남한의 백두대간 영역을 확장하여 비무장지대, 금강산구역, 개마고원과 함경산맥, 마천령산맥과 백두산지역 등의 다양한 지형과 식생을 바탕으로 국립공원 구역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백두대간의 보전과 관리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요하다면 백두대간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환경부와 산림청 국토연구원 대한지리학회, 그리고 민간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기초 단계에 불과하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백두대간 보존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백두대간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난개발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다.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인 백두대간은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이 싱싱하게 살아날 때, 그리고 제 의미를 제대로 찾을 때 우리 민족도 한층 번창할 것이다.

장원(녹색연합 간사·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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