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혜화동1번지' 2기동인들 고별 페스티벌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서울 종로구 혜화동)는 40여 객석에 무대장치도 많이 할 수 없는 극장. 그러나 이 곳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젊은 연극인들을 끌어 모았고, 대학로의 스타 연출가를 키워내는 산실로 자리잡았다.

‘혜화동1번지’ 2기 동인들의 2000년 페스티벌이 13일부터 5월3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공포연극제’로 화제를 모은데 이어 올해에는 ‘5비이락-五飛異樂/다섯가지 색다른 즐거움’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무대를 펼친다.

개막작은 극단 청우(김광보 연출)의 ‘네 개의 악몽’. 독일 귄터 아이히 원작의 4개의 단막극 연작이다. 패전 이후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담은 이 작품을 연출가가 20세기를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그로테스크하고 컬트적 분위기가 가득찬 ‘아이를 팔아먹는 부모’, 리얼리즘 연극 ‘적(敵) 이야기’, 슬랩스틱 코미디로 진행되는 ‘아프리카 탐험’, 라디오 방송극처럼 소리로만 전달되는 ‘흰 개미 이야기’ 등 한 작품에서 변화무쌍한 연출방식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다 죽음을 선택하는 386세대의 연인을 그린 ‘물 속에서 숨쉬는 자 하나도 없다’(극단 76·박근형 연출), 대도시 삭막한 지하철의 부랑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브웨이’(극단 작은신화·최용훈 연출) 등이 일주일씩 연속 공연된다.

94년 출범한 ‘혜화동1번지’의 1기 동인은 김아라 류근혜 박찬빈 이병훈 이윤택 채승훈 황동근 등. 98년 결성된 2기 동인 5명도 1기의 뒤를 이어 이번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해체된다. 연출가 이성열은 “힘들던 시절 선배들이 이런 공간을 우리에게 준 것처럼, 2기 동인도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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