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소년범의 문신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을 보면 꺼림칙해지는 게 보통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무늬를 새겨 넣었더라도 문신은 전과자나 불량배, 폭력배를 연상케 한다. 우리 사회에서 문신은 ‘범죄’를 연상시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80년 신군부가 사회악을 일소한다며 삼청(三淸)교육을 실시할 때 문신은 대상자를 골라내는 한 잣대가 되기도 했다. 문신 때문에 무조건 끌려가 모진 ‘교육’을 받고 나온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문신은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발견됐다. 그만큼 문신의 관습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역사를 이어 왔다. 문신을 새기는 목적은 질병이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한 것에서부터 지위나 신분 소속을 나타내기 위한 것, 단순한 장식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태평양의 팔라우 제도에서는 신혼부부의 치부(恥部)에 삼각형 모양을 새겨 혼인신고의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의 아이누족 여성들은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입주변과 손을 문신으로 치장했다.

▷로마시대에는 죄수나 노예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신을 사용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감옥 출소자에게, 영국에서는 탈영병에게, 20세기 들어 나치 독일은 집단수용소 포로들에게 문신을 새겼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도주하다 붙잡힌 노비에게 문신을 새긴 예가 있다. 유럽의 경우 그리스도교의 문신금지 조치로 중세에는 없어졌다가 신대륙 발견 이후 부활됐다. 선원들이 아메리카 인디언 폴리네시아인 등과 접촉하면서 다시 문신을 알게 돼 주요 항구마다 선원 대상의 문신업(文身業)이 번창했다.

▷우리나라 소년원의 미성년 수감자중 약 45%가 문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문신의 부정적 이미지와 그들의 장래를 생각할 때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법무부는 수도권 K중고교(요즘에는 소년원을 ‘××학교’로 부름)에 전문 의료진을 갖춘 문신제거센터를 열어 무료시술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어린 시절 일시적 충동이 빚은 문신이 일생을 어둠 속에서 살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구겨진 마음까지 반듯하게 펴주는 시술이 되길….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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