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 갈수록 심각해지는 식품 속 환경호르몬

  • 입력 2000년 4월 4일 23시 43분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결과 모유, 젖병, 캔음료, 콩류에서 환경호르몬 검출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 속의 환경호르몬을 조사,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모유, 젖병, 음료수 캔, 콩 등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 또 유방암환자의 혈청 중에서도 다량의 환경호르몬이 나와 유방암이 환경호르몬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글·권호순<자유기고가> 작년벨기에산 육류의 다이옥신 파동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환경호르몬.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총 27개 과제를 대상으로 한 ‘99년도 내분비계장애물(환경호르몬) 평가사업’의 내·외부용역 연구결과를 지난 2월15일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첫 환경호르몬 유해성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이번 연구결과, 초유를 비롯 식품, 식품용기, 태반 등에서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 물질의 잔류가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그 양으로는 인체에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인체유해론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현 시점에서 초유에서의 다이옥신 함유량이 상당한데다 태반에서의 다이옥신 검출, 유방암 발병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진만큼 앞으로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대처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번 연구를 포함해 10년간 총 4백50억원을 들여 환경호르몬 관련 시험연구 사업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사연구에 필요한 전문 연구인력을 충원하고 실험장비를 보강하는 한편 2009년까지 전문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음은 ‘내분비계 장애물질 평가사업’에서 밝혀진 주요내용. ▲초유에서 다이옥신 다량 검출 이번에 발표된 여러 연구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초유에서 맹독성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하루 섭취허용량(TDI) 기준치의 24~48배 가량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다. 한국과학기술원 김명수 박사팀은 “작년 8~10월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산모 59명의 분만 후 최초 모유인 초유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다이옥신이 평균 31.78pg(피코그램·1조분의 1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아기의 몸무게 평균 3㎏ △우유 중 포함된 지방분의 비율 △아기가 하루에 먹는 모유량 300∼600㏄ 등을 감안하면 다이옥신의 국내 1일 섭취허용량인 체중 1㎏당 4pg의 24∼48배에 달하는 것이다. 일본 후생성이 지난 98년 자국 여성의 모유 중 다이옥신 잔류량이 22.2pg이라고 발표한 것과 이번 국내 연구를 통해 분유와 우유중 다이옥신 잔류수준이 각각 0.002pg, 1.41pg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 이렇다보니 모유 수유에 대한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독성연구소 박귀례 생식독성과장은 “초유에 다이옥신이 다량 나오는 것은 체내에 축적됐다가 처음 분비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유아의 수유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고 초유의 다이옥신은 매월 12%씩 감소해 유아에게 모유를 먹이더라도 평생 축적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모유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자료에서도 출산 1개월 후 모유 내 다이옥신 잔류량은 출산 5일째에 비해 85.5%로 감소하고 영국 정부는 월 12%씩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소아과 김동수 교수 또한 “모유는 아기의 뇌 발육을 돕는 유당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성장과 면역력을 돕는 여러가지 유용한 물질이 포함돼 있다”며 “다이옥신이 들어 있다고 모유 수유를 중단하지는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방암 환자, 환경호르몬 DDE 혈중농도 높다 식약청은 71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DDT의 대사체(몸 속에서 분해된 물질)인 DDE가 지금도 인체에서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유방암환자의 혈청 중 DDE 검출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50%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가톨릭의대 이강숙 교수팀은 “유방암 환자군과 유방암이 없는 대조군 각각 50명을 대상으로 환경호르몬의 하나인 DDE 혈중농도를 비교 조사한 결과, 유방암이 없는 대조군은 1.68ppb(파트 퍼 빌리온, 10억분의 1)인 반면, 유방암 환자군은 평균 2.51ppb로 나와 유방암 환자에서 DDE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팀은 “DDE가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상관성을 증명하기에는 표본수가 적다”며 “충분한 표본수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에서 환경호르몬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됐으나 국내 연구는 이번이 처음.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 종양 환자의 11.9%를 차지, 빈발 암 순위에 있어 자궁경부암, 위암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젖병, 음료수 캔, 콩 등에서 환경호르몬 검출 주부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던 유아용 젖병을 비롯, 식품에 대한 환경호르몬 오염 여부도 이번 연구에서 조사됐다. 국내 유통중인 캔식품 1백30여 종을 수거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가 탄산음료, 식혜, 커피, 과일주스 등에서 0.27~12.41ppb가 검출됐으나 기준치 2500ppb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스페놀 A는 백혈병, 고환암을 일으키고 정자수를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또한 7종의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유아용 젖병 및 PVC랩 등의 검사에서도 끓는 물에 넣거나 열을 가했을 때 비스페놀 A가 기준치 이하인 4.2~29.4ppb 가량 검출됐다. 식육 및 달걀 등의 다이옥신 농도는 외국에 비해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며, 참치, 고등어 및 육류 등의 지방성 식품에서는 외국 검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비스페놀 A가 검출됐다. 한약재인 감초, 계피, 갈근 등 20종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생약의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거나 국제식품규격에 비해 낮은 양이 검출됐다. 콩류 등의 검사에서는 푸른콩, 땅콩 등에서 가장 많은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이 검출된 것을 비롯 대두, 두부, 콩나물 등에서도 나왔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 등에서의 내분비계 장애물질 모니터링 연구에서 어떤 것도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으며 조리방법에 따라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산모 43명 중 비스페놀 A가 양성으로 측정된 산모의 태반에서도 초산모는 g당 평균 138.9ng(나노그램·10억분의 1g), 재산모는 124.2ng의 비스페놀 A가 검출됐다. 하지만 연세대 의대 이무상 교수팀이 국군수도통합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95년부터 5년간 남성의 정액분석을 실시한 결과에서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알려진 정자수의 감소나 정액의 뚜렷한 변화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 피해 줄이는 10가지 대처법 1.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을 잡기 위해 살충제를 남용하지 말자. 바퀴벌레는 붕산 등을 이용해 퇴치한다. 2. 집 주변의 정원이나 텃밭에 농약 살포를 자제한다. 3. 어린이가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입에 대지 못하게 한다. 4. 건전지, 파손된 온도계, 형광등과 같은 폐기물질은 몸에 직접 닿지 않게 조심해서 처리한다. 5. 세제나 표백제 사용을 자제하고, 쓰레기 발생을 줄인다. 6. 오염물질의 해독 및 배출을 돕는 비타민을 섭취한다. 7. 컵라면이나 랩으로 싼 음식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하지 않는다. 8. 드라이클리닝 세탁물은 바람을 쐰 다음 집안에 들여놓는다. 9. 채소, 과일은 깨끗이 씻어 농약성분을 잘 제거한 후에 먹는다. 가능하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제철 농산물을 섭취한다. 10.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 환경호르몬이란 무엇인가? 자연에 방출된 각종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들어와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이 환경호르몬이다. 남성의 정자수 감소 등 생식기 이상뿐 아니라 면역계, 신경계 등 인체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환경호르몬의 인체 유해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6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의사가 10대 소녀에게서 질암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일반적으로 질암은 50대 이후라야 나타나는 것에 의심을 품고 조사한 결과 이 소녀의 어머니가 임신중 유산(流産)방지제인 합성호르몬제 DES를 복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 그 뒤 합성호르몬 제제인 DES로 인한 암 피해자가 3백명 넘게 확인됐고 쥐, 물고기, 악어, 바다표범 등 동물에서 환경호르몬에 의한 생식기 이상, 정자수 감소, 발육장애가 속속 증명됐다. 덴마크에서는 실제로 남성들의 정자수가 90년도 들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환경호르몬에 의한 인체유해성 여부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없으며, 얼마나 많은 양이 인체에 유해한지, 언제 노출되면 유해한지에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해한 것으로 규정된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의 종류는 살충제인 DDT, 유산 방지제인 DES, 산업폐기물 소각시 나오는 다이옥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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