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아시안선수권]"그 아버지에 그아들" 조성모 金

  • 입력 2000년 4월 3일 00시 04분


“아버지는 아시아 최고, 나는 세계 최고로 나간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49)의 차남 조성모(15·경기고 1년)가 제6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1500m에서 한국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조성모는 2일 부산 사직수영장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5분31초86을 기록, 방승훈의 종전 한국기록(15분40초40·93 MBC배대회)을 7년 만에 갈아치웠다.

조성모는 70,74년 아시아경기대회 자유형 400,1500m를 2연속 제패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유형 400,1500m가 주종목.

다섯살 때부터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수영을 배운 그는 서울 아주중 2학년 때 98 동아수영대회에서 첫 공식경기에 출전했고 1년 뒤인 99년 동아수영대회에서 첫금메달을 차지했다.

동아대회 우승으로 상비군에서 일약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신장이 급속히 자라며 한때 성장통으로 훈련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2월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뒤 이날 한국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아버지를 뛰어넘는 한국 자유형 중장거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조성모가 950m부터 선두로 나선 뒤 일본 마쓰다의 추격을 따돌리고 1위로 골인하자 스탠드에서 벌떡 일어서며 “만세”를 외친 아버지 조씨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내가 이루지 못한 세계제패의 꿈을 꼭 이뤘으면 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조성모는 지난해 12월 아버지가 선수시절 유학한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로 건너가 선진수영기법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 그후 조성모는 86아시아경기 대표팀 코치였던 지봉규씨(54)의 지도 속에 하루 6시간의 강훈련을 견뎌냈다. 175㎝, 68㎏의 체격.

조성모는 “아버지는 선수 입문 1년 반 만에 아시아를 제패했는데 나는 2배나 더 걸렸다”며 “아시아경기 4관왕인 아버지의 이름을 더욱 빛내기 위해 올림픽 4관왕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윤정, 윤희 자매가 나란히 아시아 정상에 오른 적은 있어도 부자가 대를 이어 아시아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수영사상 처음.

한편 올시즌 ‘신기록 제조기’로 떠오른 김민석(동아대4년)은 자유형 남자 50m 결승에서 22초99를 기록, 2월 자신이 세운 종전한국기록(23초28)을 무려 0.29초 앞당기며 장청지(22초84·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민석은 이로써 이번 대회 한국신기록 4개를 비롯, 지난 2월 대표선발전 2개를 포함해 올해들어서만 벌써 6개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한국은 전날 열린 남녀 계영 400m에서도 잇따라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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