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커스]되살아난 시화호 활용놓고 공방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17분


‘죽음의 호수’로 전락했던 시화호가 최근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날로 나빠지던 수질이 차츰 개선되면서 호수 주변에 온갖 동식물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그러자 이제는 5000여만평에 달하는 시화호 주변의 대규모 간척지 개발을 놓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지역 시민단체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자치단체와 시민단체는 ‘환경 보전’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

▼수질회복 철새들 서식▼

▽되살아나는 시화호〓31일 경기 안산시, 시흥시, 화성군에 걸쳐 있는 시화호. 물 위에 오리떼가 떠 있고 그 위로 철새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녔다. 한 때 수면 위를 가득 메웠던 썩은 물 거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화호는 시흥시 오이도∼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길이 12.6㎞의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94년에 생겨난 인공 담수호. 호수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20배인 1700여만평이나 되고 주변에 생긴 간척지는 5000여만평에 이른다.

이 거대한 인공호수는 주변의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의 4800여개 업체에서 하루 20여만t의 공장폐수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조금씩 썩어갔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94년 5.2ppm에서 97년엔 20.8ppm으로 높아지는 등 수질이 급속히 악화됐다.

당국은 이에 따라 방조제 갑문을 열어 바닷물로 희석시키는 등 긴급 대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말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공사(하루 처리용량 38만5000t)가 완료돼 시험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대책이 조금씩 효과를 보여 COD는 현재 6ppm으로 회복됐다. 안산시 조사에 따르면 시화호에는 15만여마리의 오리와 100여종의 철새가 살고 있다. 간척지에선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숱하게 발견됐다.

▼건교부 공단 조성 방침▼

▽개발계획〓수질이 회복됨에 따라 정부는 간척지 개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림부는 대부도와 인접한 시화호 남쪽 간척지 1100만평에 농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공유수면매립면허를 받았다.

또 건설교통부는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인근의 북쪽 간척지 359만평에 산업단지를, 환경부는 그 옆 16만평에 수도권지정폐기물매립장을 건설키로 하고 안산시와 환경영향평가를 협의 중이다. 건교부는 시화호 남동쪽 2200만평을 도심권으로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완공 목표로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안산 "환경 친화 개발을"▼

이 같은 대규모 개발 계획에 대해 안산시 등 해당 자치단체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개발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호수 생태계 보전을 대전제로 효율적인 이용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3개 시군의 12개 환경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시민연대회의’. 남윤영(南潤榮)간사는 “중앙부처가 나눠먹기식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환경영향평가가 요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며 “시화호 전체의 생태계를 고려한 통합적인 환경영향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시도 시민단체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시화호 간척지를 △환경테마파크 △해양생태공원 △생태마을 △환경해양컨벤션센터 △공룡테마파크 등으로 조성하고 주변에 농경지와 산업단지를 배치하는 계획을 마련해 중앙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안산=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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