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세계 자동차업계의 인수합병 바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인수합병 움직임은 지난 2주 동안 특히 두드러졌는데, 그 전에도 2년 동안 수많은 회사들이 다른 회사에 의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인수되었다. 크라이슬러, 볼보, 닛산, 사브, 후지중공업, 스즈키, 다이하츠, 램보르기니, 부가티,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제너럴 모터스가 피아트의 주식 5분의 1을 사들이기로 했고, 포드는 BMW로부터 랜드로버를 사들이기로 했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의 주식 3분의 1을 사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대우와 삼성자동차가 인수할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강한 브랜드 이미지 선호▼

최근 들어 자동차업체들 사이의 인수합병이 이처럼 활발해지고 있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즉, △강력한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개척하기 어려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있다 △기술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세계적인 대규모 자동차 회사들의 인수합병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드와 폴크스바겐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르노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제너럴 모터스는 새로운 기술과 부품을 좀더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은 그 동안 저렴하고 실용적인 자동차로 명성을 얻어왔다.

▼새로운 시장개척 수단▼

그러나 이 두 회사는 이윤 폭을 넓히기 위해 고급 브랜드를 사들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포드는 이미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톤 마틴을 사들였고, 폴크스바겐은 벤틀리, 부가티, 램보르기니를 사들였다.

이에 비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르노는 유럽이 일본처럼 장기간의 경제불황을 겪게 될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다임러벤츠는 크라이슬러를 사들이면서 미국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중요한 회사로 등장했고, 앞으로 미쓰비시의 주식 3분의 1을 인수하게 된다면 일본 시장에서도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도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자리를 굳혔으며, 현재 폐쇄적인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 자동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르노의 루이 슈바이처 회장은 “한국시장에 들어가는 길은 한국 회사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닛산이나 미쓰비시 같은 일부 소규모 자동차 회사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라이벌 회사의 품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기술비용, 특히 오염도가 낮은 엔진과 휘발유 이외의 다른 연료를 개발하는 비용 때문에 대규모 회사와의 합병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오염도가 낮은 엔진과 향상된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한 자동차들은 유럽, 미국, 일본 시장 등에서 다른 자동차와의 경쟁이나 정부의 규제에 의해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르노, 삼성차에 군침▼

휘발유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큰 자동차 회사들이 작은 자동차 회사들을 합병하는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다. 규모가 작은 자동차 회사들은 작고 연료효율이 높다는데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단체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의 이 같은 인수합병 움직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소비자연합의 자동차 전문가인 잭 길리스는 자동차 회사들끼리의 경쟁은 물론이고 자동차 회사 내부의 부서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난 인수합병은 소비자들을 위해 긍정적인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만약 이러한 인수합병이 계속된다면, 일종의 미니 독점기업의 등장에 대해 걱정을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yr/mo/day/news/financial/auto-consolida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