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김성철 기세등등…SBS 4강 진출 일등공신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강적 삼보 엑써스에 3승(1패)을 거둬 3년 만에 플레이오프 4강전에 직행한 SBS 스타즈.

사실 1,2차전에서 SBS가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루키 김성철(사진) 때문이다. 화려한 공격력으로 코트를 휘젓고 다녔을 뿐더러 삼보의 대표선수 허재를 꽁꽁 묶은 것. 김성철은 2차전 4쿼터 초반 상대수비수의 발을 밟아 왼쪽 발목부상을 당해 3,4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가 빠진 빈자리는 크게 드러났다. 3차전에서 삼보에 23점차로 대패한 것. 스몰포워드로서는 1m95로 장신인 김성철이 빠지자 삼보가 마음대로 더블팀 수비를 해 공격력에 문제가 생겼다.

벤치에 앉아 있는 김성철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김성철은 4차전 시작 전 코칭스태프에게 진통제를 맞고라도 출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한마디로 실력과 근성을 겸비한 ‘복덩이’라 할 수 있다.

농구계의 ‘백전노장’ 김인건감독은 “다행히 김성철이 현대와의 4강전에서는 정상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게 돼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김성철은 키가 커 골밑에서 피봇플레이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미들슛과 3점슛도 정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혀 ‘코트의 게릴라’역할까지 해낸다.

그가 ‘슛쟁이’ 조상현(SK 나이츠)과 ‘3점슛 달인’조우현(동양 오리온스), 특급 포인트 가드 황성인(SK 나이츠) 등 드래프트 순위 1,2,3위를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

그가 연일 주가를 올리자 자기일처럼 기뻐하는 사람이 김인건감독 말고 또 한명 있다.

다름아닌 김성철을 센터에서 포워드로 보직변경을 성공시킨 대학시절 은사 경희대 최부영감독.

최부영감독이 수원 삼일상고에서 센터를 보던 김성철을 경희대에 스카우트 한 이유가 몸매를 봐서 센터보다는 포워드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최부영감독은 평소 연습 때 김성철이 3점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3점슛 실력은 바로 이때 생긴 것.

김성철은 일반인보다 척추마디가 하나 더 있어 만성적으로 허리통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연습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전문가들은 SBS가 현대를 이기기는 힘들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SBS에 김성철이 있기에 어쩌면 이 예상이 빗나갈지도 모른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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