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두복/대만선거를 관계개선 기회로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대만은 18일의 총통선거를 앞두고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요구와 광범한 중산층을 포함하는 기득권층의 안정추구 등 두 개의 큰 흐름이 상호 교차하고 있다. 총통 후보 5명 중 국민당의 롄잔(連戰),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및 무소속 쑹추위(宋楚瑜) 등 3명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이 수행한 지지도 조사 결과도 오차 범위의 근소한 차를 보여 전망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30% 안팎이 앞으로 총통선거에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만문제백서 발표로 양안 긴장이 촉발됨으로써 양안문제의 부각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국민당의 선거전략과 맞물려 양안문제가 총통선거 결과에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양안관계, 특히 통일과 독립문제와 관련해 대만 주민의 86%가 현상유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양안문제가 부각될수록 롄잔 국민당 후보에게 유리하고 대만독립을 기본강령으로 하는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대만문제백서 발표 이후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대만사회에 안정추구 분위기가 확산되어 가는 추세도 국민당의 롄잔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에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롄잔이 근소한 격차로 당선될 것으로 조심스러운 전망을 할 수 있다.

앞으로 3명의 후보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기존 국민당 지배구조의 개혁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우선 롄잔이 당선되더라도 총통선거 과정에서 표출된 민의에 따라 기존 국민당 지배체제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천수이볜이 당선되면 대만의 정치개혁은 보다 급진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나 국민당과의 협조가 불가피하고 국민당과 연정(聯政)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의회에서 국민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고 지난 40∼50년 동안 국민당에 의해 길러진 인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의 장래 문제와 관련해 리덩후이 총통과 천수이볜 후보 사이에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덩후이는 심정적으로 천수이볜에 상당히 경사된 면이 없지 않다. 만약 이번에 천수이볜이 집권하면 민진당은 리덩후이를 교량으로 국민당과 제휴나 협조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선에서 좌경적인 천수이볜과 중도의 롄잔이 리덩후이를 매개로 한 정책적 협력이 가능한 반면에 우경적인 쑹추위는 정책적 제휴가 상대적으로 곤란해 그의 집권은 대만 정치에 심각한 충격과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당에서 이탈한 쑹추위는 국민당 내 비주류 세력의 중추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집권은 국민당 내의 주류와 비주류간의 대립 갈등을 심화시켜 국민당의 분열을 촉진할 것이다.

양안관계에서 대만 주민의 절대 다수가 양안간의 안정을 전제로 한 현상유지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여론의 방향은 향후 집권세력의 대륙정책 결정 방향에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다. 리덩후이 총통의 퇴진과 신정부 출범과 함께 앞으로 대륙정책은 지금까지의 방어적 소극적 자세에서 탈피해 양안의 안정과 대만해협의 평화지대화 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해 갈 것이다. 대륙과의 정치담판이나 ‘삼통’(三通·통상 통항 통신) 등의 교류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한국 대만간 외교적 단절을 경험한 리덩후이 정권의 퇴진에 따라 양국간 실무관계 개선의 돌파구와 유리한 조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과 환경을 면밀히 관찰해 상호간 실질 관계의 개선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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