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방송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새 방송법 시행령이 13일 발효됨에 따라 이에 근거해 구성된 새 방송위원회가 이날 역사적인 닻을 올린다. 지난 5년여를 끌어온 방송법 제정 작업을 지켜본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방송 독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 방송위원회 체제가 갖춰지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새 방송위원회는 안타깝게도 여러 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방송위원들의 인적 구성이다.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과거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외부의 힘으로부터 방송 독립을 지켜내는 주체가 바로 방송위원들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현재의 위원들로는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 방송법 시행령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새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 안(案)과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안 두 가지를 놓고 두 기관이 최종 절충을 벌였으나 결과는 대부분 문화부안대로 확정된 것이다. 방송위가 문화부에 밀린 셈이다. 위원들의 전문성과 방송계 내부에서의 비중이나 위치를 감안한 이른바 ‘대표성’ 측면에서도 최선의 인선인지 아직도 논란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새 방송위원들은 자신들을 추천해준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 새 방송법 탄생은 근본적으로 방송도 새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한다는 국민적 요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새 방송법의 ‘독소조항’이다. 방송법 제정이 장기화되고 여야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입법 취지가 퇴색 또는 변질된 부분이 많다는 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위원회가 방송영상정책을 결정할 때 문화부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합의’란 의미는 서로 의견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정부가 방송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새 방송위원회 체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방송 정책 결정 및 감시감독기구이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정부가 방송의 독립을 위협할 수있는 틈새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제정 취지에 맞게 바로잡는 작업이 이뤄져야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방송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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