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중국대사관 간 까닭은?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김정일(金正日)북한 노동당총비서가 5일 이례적으로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했다. 우선 그 저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이 구구하다. 김총비서는 작년 평양을 방문했던 탕자쉬안(唐家璇)중국외교부장이나 지난달 방북(訪北)했던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면담도 거부하는 등 94년 권력승계후 지금까지 일체의 대외접촉을 피해 왔다. 그런 김총비서가, 비록 이임하는 북한주재 중국대사의 초청을 받기는 했으나 휴일 저녁 중국 대사관저를 방문한 전례없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김총비서는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우의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중국대사관저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개방개혁정책을 비판하며 한국과 국교를 수립한 베이징(北京)당국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북한도 이제 중국과 그런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유대관계를 다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선 북-미(北-美) 북-일(北-日)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한은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 일본과 미묘한 역학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같은 역학관계가 북-미, 북-일 관계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변함없는 우의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우의과시는 대미(對美) 대일(對日)협상에서도 전혀 불리할 게 없다.

북한과 중국관계는 김총비서의 이번 중국대사관 방문을 계기로 더욱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비서는 이날 방문을 통해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있다. 김총비서의 베이징 방문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과 중국관계의 진전은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김총비서는 이날 중국의 개방개혁정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주룽지(朱鎔基)중국 국무원총리는 5일의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개막식에서 “조선(북한)과 전통적인 친선을 유지하고 한국과 호혜 합작관계를 튼튼히 했다”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는 남북한 등거리 정책을 분명히 한 것 같으나 “조선, 한국과 선린 우호관계를 더 한층 강화했다”고 한 작년 전인대때 표현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욱 역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증진이 북한의 개방개혁과 함께 남북대화의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주변국들과의 외교관계에 각별히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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