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 총선참여' 주시한다

  • 입력 2000년 2월 28일 20시 10분


교원단체와 노조가 ‘총선 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교총은 그동안 교육황폐화와 교권침해를 초래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골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단을 올리는 등의 ‘16대 총선활동계획’을 내놓았다. 전교조는 교육정책과 관련된 이 단체의 요구사항을 담은 ‘교육공약’을 마련해 각 후보에게 제시하고 후보들이 내놓은 답변을 공개함으로써 교사들의 투표기준으로 삼는다는 소식이다.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각 중고교에서 국회의원의 자질과 유권자의 선별 기준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른바 ‘총선 수업’도 갖기로 했다.

교육당국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에 위배되는 사항으로 보고 제재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반대후보 공개는 이익단체 자격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이며, ‘총선 수업’의 경우 정상적인 학교수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벌써부터 이들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선진 외국의 예를 보면 교원단체나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이 합법화되어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총선 참여’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순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합법적이냐는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교사들의 활동이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한층 확산되고 있는 정치권의 과열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들의 활동이 여기에 휩쓸린 나머지 특정정파와 후보에 대해 자의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법의 한계를 넘는 정치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서로 노선과 성격이 다른 단체이며 경쟁관계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교총이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라는 교권침해 후보자 명단이 전교조가 생각하고 있는 후보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각의 차이와 선명성 경쟁이 총선 참여과정에서 교사들의 우발적인 행동과 맞물려 교직사회 내부의 불신과 갈등으로 비화될 개연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교원에게까지 불필요한 정치바람을 몰고 온다면 아이들의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일과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도 절대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교원단체와 노조는 이런 점들에 유의하면서 이익단체로서 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이런 우려들이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