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영섭/주주를 모셔야 거래소 산다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40분


프로야구 2군 리그에 겁 없는 새내기들이 등장하면서 홈런을 펑펑 쳐대니까 관중들이 1군 리그에서 2군 리그로 몰려들고 있다면 어떨까. 이와 비슷한 상황이 프로야구 시장이 아닌 주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거래소 썰물, 코스닥 밀물’ 현상은 금년 들어 ‘거래소 약세, 코스닥 강세’라는 주식시장 양극화 현상으로 심화하고 있다. 23일 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한 거래소 활성화 대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거래소의 ‘심리적 공황’을 타개하고 활력을 불어넣고자 재경부 및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한 안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적절한 것이라 보여지나 대부분이 거래소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거래소의 활성화는 거래소나 상장기업 등 업계의 몫이다. 거래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거래소와 상장기업이 투명성 증진, 거래소 제도 및 관행의 세계화, 기업의 지배적 목표로서 주가 극대화의 정착 등 장기적 과제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거래소의 문제는 코스닥시장과 분리시켜 생각하기 어렵다. 이번 대책이 거래소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의 거품제거 대책과 같이 나오지 않는 점은 다소 유감이다. 코스닥시장의 거품 여부에 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정보통신 및 인터넷 혁명이라는 큰 흐름에서 보면 코스닥시장은 거품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부분적으로 개별기업에는 거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에서 시가총액이 매출액의 100배 이상 되는 인터넷기업이 여럿 있다. 그러나 신생 벤처기업의 시가총액이 한국 우량 제조업의 시가총액보다 크다는 사실은 코스닥시장의 거품을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주가의 과대평가는 단타매매를 이용한 투기와 작전세력에 의한 불공정거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 성행하는 소위 ‘묻지마’투자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공시강화는 물론, 불공정매매를 근절시켜야 한다. 코스닥시장은 소위 작전세력에 의한 불법거래를 막아 과열을 진정시켜야 한다. 거래소시장은 공시를 더욱 강화하고 불공정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거래소가 투명한 시장이 될 때 ‘묻지마’투자가 아닌 ‘알고나’투자의 장소로 차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상장과 상장 폐지를 완화한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진입이나 상장은 퇴출이 자유롭지 못할 때 상장에 따른 불필요한 프리미엄을 발생시키게 되고 그것이 거래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외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하는 시가배당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이 제도가 도입돼 있으나 그 중요성이 아직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업 경영자는 가능한 한 배당은 적게 하고 이익을 유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작게 하고 경영자들의 세력을 증가시키는 심각한 대리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거래소에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정책은 기업 자율에 맡기되 시가 배당률을 공시하게 해 가능한 한 많이 배당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거래소의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외국거래소와의 국제 연계, 요즘 논의되는 회원사 제도로부터 주식회사제 형태로의 전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코스닥시장의 활황은 액면분할 등을 통한 벤처기업들의 주가 극대화를 위한 노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액면가 기준인 배당률을 중심으로 배당을 하면서 유상증자 자금은 거의 공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주주중시 경영은 상장기업들에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

주주 중시경영의 목표는 쉬운 말로 주가 극대화를 말하며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에 주가극대화가 지배적 목표가 됨을 의미한다.

몇년전부터 시작된 주가극대화를 지배적 목표로 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경영 또는 주주가치 접근방법 등 선진경영 기법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윤영섭<고려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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