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DJ-탤런트 전천후연예인 차태현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결코 미남이라고 할 수 없다. 지적이거나 날카로운 이미지도 찾기 어렵다. 근육질도 아니다. 카리스마나 섹스 어필도 거의 없다. 그저 평범한 얼굴이다.

지난해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차태현(24)의 외모에선 그래서 ‘스타성’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그에 대한 여성 팬들의 촌평.

“조각 같이 잘 빚은 얼굴은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차태현은 재미있고 털털해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차태현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옛날 같으면 이런 얼굴로 어떻게 탤런트가 됐겠느냐”며 “시대를 잘 만났다”고 말한다. 근육질의 사내보다 부드럽고 재미가 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시대 감각’에 차태현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그의 인기는 솔직담백과 평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방송일선에서 차태현은 어수선한 겉모습과 달리 속이 알차다는 것이 중론이다. KBS FM ‘차태현의 FM 인기가요’의 김홍철 PD는 “머리 회전이 빨라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한다. 자기 역할에 대한 흡수가 탁월해 연출자로서 지금까지 만난 진행자중 가장 편하다”고 말한다. 드라마 ‘해바라기’의 박성수 PD도 “캐릭터에 대한 흡인력이 빠르다”고 평한다.

차태현이 맡아 온 드라마 배역은 덜렁이 의사(해바라기), 푼수 깡패(해피 투게더), 순정파 대학생(사랑해 당신을), 허무와 고독을 짙게 풍기는 반항아(햇빛속으로) 등. 이 가운데 ‘햇빛속으로’의 부잣집 반항아역이 차태현에게 가장 큰 변화였다. 반항아의 강한 인상을 뿜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재욱이 형한테 연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나도 힘들었고요.”

그는 연기에 임할 때 ‘자신과 배역의 일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래야만 꾸밈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역을 받으면 ‘연기’한다기 보다 자신을 배역에 ‘밀어 넣고’ 생활도 가능한 한 그에 ‘맞춘다’. ‘햇빛속으로’에서 반항아 배역을 맡자마자 확실하게 ‘또라이 짓’을 하기 위해 귀를 뚫기도 했다.

“선배 연기자들의 수백가지 얼굴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그런데 아직 저는 연기의 테크닉보다는 내 안에서 여러 얼굴을 갖춰야 할 때입니다. 주어진 배역에 나를 충실히 밀어넣다 보면 수년 뒤 나도 그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고집이 엿보이는 사례 하나. 신인시절에 어려보이는 얼굴 덕분에 청소년 프로의 섭외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 프로에 자주 나가면 그런 이미지가 굳어질 것 같다”며 거절했다. KBS에서는 전속 신인이 배역을 거절한다고 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자연스러움’은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부모 덕분에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그의 ‘방송 철학’이다. 차태현의 아버지는 KBS 효과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고 어머니는 영심이 목소리의 성우 최수민씨.

그는 박중훈 이병헌 안재욱 등 선배 연기자들의 덕목을 일일이 짚었다. 코믹과 진지함을 동시에 겸비한 박중훈, 연기력이 빼어난 이병헌, 드라마 밖에서 출연진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안재욱….

95년 KBS 슈퍼 탤런트 선발대회에서 은상을 받아 방송국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뒤 KBS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MBC ‘레디 고’ ‘수줍은 연인’ 등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출세작은 ‘해바라기’에 이어 김은정과 함께 출연했던 TV CF ‘묻지마 다쳐’.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은 여장남자나 호스트. 연기자로서 ‘천의 얼굴’을 가지려면 남이 꺼리는 다양한 배역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기대 다중매체 영상학부에 재학중으로 174cm, 64㎏의 ‘몸매’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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