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고도를 기다리며' 새천년 첫무대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그럼 갈까?” “아니야, 고도를 기다려야 해” “참, 그렇지!”

한 그루의 앙상한 나무. 하루 종일 실없는 수작을 부리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던 두 사내에게 한 아이가 달려온다. “고도씨가 오늘 밤엔 못오고 내일은 꼭 온대요.” 그러나 다음날, 고도는 오지 않은 채 또 날은 저물어 가고 보름달이 떠오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가끔씩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임영웅 연출)가 31년째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해 11월21∼23일 일본 세션 스기나미홀에서 공연돼 아사히(朝日)신문 제정 ‘99최고 베스트연극’에 뽑혔던 이 연극이 27∼3월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새천년 첫무대를 갖는다. 임영웅 연출의 12번째 무대.

프랑스 아비뇽연극제(89년), 아일랜드 더블린연극제(90년), 폴란드 그다니스크(94년), 일본 도쿄(99년) 등 해외에서 공연될 때마다 이 연극은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연극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 별다른 무대장치도, 드라마도 없는 상태에서 2시간20분 동안 공연되지만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믹과 지성을 교묘히 융화시킨 연출의 힘과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 때문이다.

종종걸음으로 무대를 분주히 오가는 귀여운 몸동작의 안석환(에스트라공), 그의 응석을 받아 넘기는 한명구(블라디미르), 포악하지만 어딘가 비장미가 숨겨져 있는 듯한 김명국(포조), 높낮이 없는 대사를 3분30초 동안 숨쉴틈 없이 속사포처럼 지껄여대는 정재진(럭키)의 연기는 웃음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화수목 7시, 금토 3시 7시, 일 3시. 1만2000∼2만원. 02-334-5915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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