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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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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새오락프로 ‘일상탈출 야호!’(일 오후 6시)는 일상은 벗어났지만 ‘야호!’가 없었다. 출연자들은 차라리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아 보였다.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는 타이틀을 ‘극기 훈련’ 쯤으로 바꾸는 게 나을 듯했다.
이 프로에서 일상 탈출은 ‘도전! 한계 상황’과 동의어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일그러진 얼굴이나 해프닝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통에 가학적 재미를 추구하는 위험스런 구석도 지니고 있었다.
◇한계환경 허둥지둥에 초점
두 개의 코너 ‘도전 로빈슨크루소’ ‘도전 킬리만자로’에서는 한계 상황에 부닥친 출연자들의 허둥대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도전 로빈슨크루소’는 네 명의 출연자들이 배고픔과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무인도에서 메뚜기를 볶아먹고, 며칠 묵은 빗물을 그대로 마셨다. 김호진 등 스튜디오의 진행자들은 혀를 차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도했다.
‘도전 킬리만자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튜어디스 박은정씨 등 네 명은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도전했다. 도중에 세 명이 고산병 등으로 탈락하고 박씨만 정상에 올랐다. 카메라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힘들어하는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킬리만자로는 보통 사람들이 수 주 동안 체력 단련 등의 준비를 해야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도중에 포기한 그룹 ‘구피’의 신동욱은 “고산병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등반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기존프로와 차별화 실패
이같은 일상 탈출은 결코 상쾌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작진이 이처럼 지독한 고생길을 의도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자극’에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 탈출기로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당초 이 프로의 기획 취지를 일상을 벗어나는 재미와 의미를 전하는 것으로 밝혔다. ‘극기 훈련류’와 다르게 꾸미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가 일상 탈출의 체험을 계속 ‘도전 한계 상황’에만 국한시킨다면 독자성을 갖지 못할 것 같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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