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전경린 '내 생에 꼭 하루뿐일…'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작가 전경린(37)의 ‘구름모자 벗기게임’이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지난해 7월부터 석 달여간. 신문사로 걸려오는 독자전화는 찬반 어느쪽으로든 격렬했다. 소설 도입부 주인공 미흔의 남편 효경이 인쇄소 여직원과 벌이는 정사 장면이 실렸던 날, 남편의 외도 이후 정신적 공황에 빠졌던 미흔이 이웃집 남자인 규와 금지된 정사에 빠져드는 날….

반대자들은 작가가 “도덕의 파괴자”라며 흥분했고, 지지자들은 소설게재 지면이 바뀌기만 해도 “소설을 왜 뺐느냐”고 첫 마디부터 시비조였다.

그 소설 ‘구름모자 벗기게임’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제목이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문학동네)로 바뀌었고 내용도 크게 수정됐다.

“연재하며 독자들의 반응을 접한 덕분에 ‘표현하고 싶다’는 제 욕망을 절제할 수 있게 됐어요. 다시 글을 고치며 가라앉힐 건 가라앉히고 정돈을 많이 했습니다.”

그는 ‘도대체 불륜의 정체가 무언가,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불륜을 다뤘다고 설명한다. ‘성(性)’은 그 본질에 가닿기 위해 필연적으로 건너야 할 강이었다.

“이성적인 사람들은 늘 은폐하려 들지만 성은 우리 생명의 기원이고 핵심이지요. 성의 절정을 아는 여자는 자기를 무기력하게 방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특히 남성작가들이 여성을 성애장면에서 피동적인 존재로 그려온 점에 반발했다. 여성작가의 시선으로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밝혀보려 했기 때문에 ‘내 생에…’에서 성애묘사는 때로 진저리쳐질 만큼 정밀하다.

“불륜이 흔한 얘기가 돼 버렸다는 것은 그만큼 결혼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부 각자에게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를 반어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해요.”

작가는 가끔 ‘내가 소설가이기는 한 건가’라고 자문할만큼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열두살 여덟살 남매의 엄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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