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연장 아닌 大宇 해법을

동아일보 입력 1999-07-19 18:27수정 2009-09-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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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위기에 몰린 대우그룹에 대해 11조7000억원의 단기부채 만기를 6개월 연장해주고 4조원의 신규여신도 제공하기로 했다. 대우그룹은 1조3000억원의 김우중(金宇中)회장 사재를 포함해 10조1345억원의 자산을 담보로 내놓고 그 처분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기로 했다. 김회장은 연말까지 구조조정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구조조정에 성공하더라도 대우자동차와 ㈜대우 중심으로 그룹을 축소재편한 뒤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대우그룹의 해체를 뜻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관여해 대우그룹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합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관치금융 성격도 짙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운명을 시장에 내맡겨 방치했을 때 증폭될 경제 전반의 심각한 충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점도 사실이다. 결국 정부는 대우측에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를 주면서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현실적 방안을 택한 셈이다.

이같은 선택이 경제 회생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당장은 판단하기 어렵다. 재벌과 금융부문의 대형부실을 더 키울지, 줄여줄지 불확실하고 대외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예상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대우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얼마나 잘 진척시키느냐에 따라 이번 조치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대우그룹에 적용되는 지원 및 대우측 자구(自救)해법이 결과적으로 재벌개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김회장과 대우측은 또한번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해 미봉으로 위기를 뛰어넘으려 해서는 결코 안된다. 김회장은 지난 4월에도 그룹 구조혁신방안을 내놓고 배수진을 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지만 행동이 충분히 따라주지 않았다.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실패한 주요 원인이며 그래서 그룹 위기가 심화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그룹에 대한 이번 처방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회장의 경영권 향배나 자동차와 무역부문의 정상화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각 합작 등을 통해 그룹에서 분리될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확보와 고용안정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대우그룹은 이미 김회장의 것도, 정부의 것도, 채권단의 것도 아닌 국민경제의 일부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번 조치의 명분도 설명이 가능하다. 다른 재벌들도 차입에 의존한 무리한 확장경영과 구조조정 지연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대우그룹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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