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빗나간 벤처육성]美벤처기업의 성장과정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06분


한국의 벤처정책은 미국 벤처산업의 위력을 벤치마킹하는 데서 시작됐다.

실제 미국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89∼92년 중 1백명∼1천명의 중견기업 고용은 20만명이나 감소했으나 1백명 이하의 소기업은 1백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또 90년 이후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평균 매출액 성장률 1천%, 수익률 5백%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며 저물어가는 미국 경제를 일으켜세웠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97년말 현재 미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하면서 미국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위주로 바꿔놓았다.

이같은 미국 벤처산업의 성장은 풍부한 기술인력과 여기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벤처캐피털,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산학(産學)협동 및 정부의 장외주식시장(NASDAQ) 육성책이 결합된 결과다.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인 야후(yahoo)사를 창업하면서 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떠오른 제리 양. 그의 뒤에는 창업자금을 대주고 경영전략까지 함께 짰던 마이클 모리츠라는 탁월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

최근 미국 벤처기업의 젖줄이 되고 있는 것은 개인 벤처투자가인 에인절(Angel·천사). 이들은 벤처캐피털이 손대기 힘든 신생업체나 예비창업자에게 ‘천사처럼’ 투자의 손길을 내민다.

실리콘밸리를 주 투자 타깃으로 하는 이들의 연간 총 투자규모는 2백억달러(약 12조원) 이상.

벤처기업협회 유용호(柳龍昊)기획실장은 “미국에서 연간 창업되는 60만개 기업 중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것은 2천개 정도이며 이중 1백∼2백개 정도만이 벤처 위주의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차린 젊은이들이 창업 이후 6개월을 ‘충혈된 눈과 차가운 피자, 수면 부족의 나날’로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 투자자에게 ‘가능성 있는 떡잎’으로 보이기 위해선 그야말로 피눈물나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대 강의실에서는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회장 등 세계적인 컴퓨터 업계 최고 경영진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킨 또 다른 한 축인 산학협동의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의 역할은 투자회수 기간이 짧은 벤처기업의 특성에 맞도록 나스닥을 육성해 자금조달을 도와주고 벤처기업 투자금에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