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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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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고려 태조의 십훈요(十訓要)나 조선시대 정감록(鄭鑑錄)에서 보듯이 풍수사상은 과학성 여부를 떠나 한국 전통사상의 한 맥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한국인의 풍수사상을 거꾸로 악용한 대표적 사례는 일제가 전국의 명산(名山) 명혈(名穴)에 박은 쇠말뚝이다. 한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와 한국인의 정기를 끊겠다는 의도로 일제가 박아논 쇠말뚝이 찾아낸 것만 1백54개나 된다고 한다.
▽일제의 쇠말뚝 박기를 본뜬듯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의 조상묘에 쇠막대기가 박혀있다는 최근 보도는 어이없으면서도 충격적이다. 만약 범인이 이총재집안에서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쇠막대기를 박았다면 그처럼 어리석고 한심한 행동도 없어 보인다. 독립을 쟁취하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일제의 쇠말뚝 박기가 얼마나 쓸데없는 일이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학과 건축학에서 풍수지리를 원용해 마을 설계나 터잡기를 하기도 하나 묘혈에 쇠막대기 꽂기식의 풍수사상은 미신일 뿐이다. 선진 각국은 지식 정보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마당에 묘소에서 쇠말뚝이 나왔다는 뉴스는 정말 황당하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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