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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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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도 느낄 수도 없지만 인간을 포함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시간은 과학과 철학의 영원한 화두(話頭)이기도 하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는 ‘밀레니엄’의 시대. 요즘 세계적 골치거리인 ‘Y2K’나 한 세기가 끝날 때면 으레 반복되는 ‘세기말 현상’도 모두 시간을 화두로 한 논의들이다.
인간은 일찍부터 시간의 흐름을 알기 위해 달력을 고안해 사용해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1년 12개월 3백65일, 7일 주기의 태양력(太陽曆)도 그중의 하나.
▽2월은 정치의 희생물〓한달이 28일밖에 되지 않아 샐러리맨이 가장 좋아하는 2월. 왜 2월은 다른 달과 달리 28일일까.
원래 태양력의 뿌리는 나일강의 범람을 1년의 시작으로 계산한 고대 이집트력. 그러나 진정한 태양력은 로마시대에서 시작한다. 고대 로마의 로물루스 시대는 1년의 길이를 10개월 3백4일로 하는 달력을 썼다. 그러다가 누마 폼페이시스 황제가 기원전 710년경 2개월을 추가해 1년 12개월 3백55일인 누마력으로 개정했다. 오늘날의 태양력에 비해서는 11일 가량 짧았다.
현재 사용하는 태양력의 기초를 다진 사람은 율리우스 시저. 그는 기원전 46년 1년의 길이를 3백65. 25일로 수정한 이른바 ‘율리우스력’을 탄생시켰다. 12달중 홀수달은 31일, 짝수달은 30일로 정했다. 평년은 3백65일이기 때문에 2월만 29일로 하고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윤년은 1년 3백66일에 2월을 30일로 했다.
율리우스력이 공포된 기원전 46년은 계절과 달력의 날짜가 3개월이나 차이가 나는 바람에 임시 윤달을 강제로 집어넣어 그 해는 1년이 4백45일이나 되기도 했다.
생일이 7월인 시저는 그의 귄위를 높이기 위해 7월을 자신의 이름의 딴‘율리(July)’로 개칭했다.
시저가 브루터스에게 살해당한 뒤 권력을 쟁취한 아우구스투스황제는 시저를 흉내내 자신의 생일이 있는 8월의 명칭을 ‘아우구스투스(Augustus)’로 바꿨다. 한술 더 떠 8월이 30일밖에 되지 않으면 자존심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2월에서 하루를 떼내와 8월을 31일로 만들었다. 그리고 8월부터 12월까지의 짝수달을 31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2월은 평년은 28일, 윤년은 29일로 줄었다.
율리우스력은 실제 1태양력인 3백65.2422일보다 0.0078일, 다시 말해 11분14초가 더 길었다. 이에 따라 1백28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겼고 결국 1582년 로마교황 그레고리13세는 4백년간 1백회씩 찾아오던 윤년을 97회로 조정,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양력을 완성했다.
영국은 이 그레고리력을 도입한 때가 1752년인 반면 러시아는 1918년에야 도입하는 등 20세기초까지 각국은 서로 다른 달력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는 고종의 칙령에 따라 음력 1895년 9월9일을 1896년 1월1일로 해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갖가지 달력들〓나폴레옹은 정권을 장악한 뒤 그레고리력을 페지하고 한달 30일, 10일 주기의 일주일, 1시간 1백분, 1분 1백초라는 10진법의 혁명력을 발표했다. 1년이 3백60일 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5일은 윤일이라고 이름붙여 국경일로 삼았다. 이 공화력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될 때까지 14년간 사용됐다.
아랍국가들이 사용하는 이슬람력은 순수 태음력으로 1년이 3백54일. 따라서 그레고리력보다 11일 빨리 다음 해를 맞는다. 이 때문에 이슬람교도는 태양력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나이도 다르다. 66세의 이슬람교도는 실제로는 64세인 셈이다.
미래의 달력인 ‘화성력(火星曆)’도 이미 발명돼 있다. 미국 천문학자 토머스 강게일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 살 미래를 위해 달력을 고안했다. ‘다리안달력’으로 불리는 화성력은 화성의 자전 공전 주기에 맞춰 1년이 6백87일에 달한다. 한달은 28일로 1년은 24개월이나 된다. 일주일은 7일주기로 같지만 요일명중 월요일은 화성의 달인 ‘포브스’를 뜻하는 말로 바꾸고 화요일(화성) 대신 지구를 의미하는 ‘지요일’을 끼워넣었다. 화성력의 기원년은 바이킹1호가 화성에 최초로 착륙한 1976년7월20일.
최근엔 인터넷 열기를 반영, 네티즌끼리 시차 혼동없이 정해진 시간에 통신할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을 1000으로 나눠 ‘@231’‘@987’로 표시하는 ‘비트시간’이 등장했다. 시계제조업체인 스와치사가 고안한 인터넷타임은 1단위 1분26.4초로 스위스 비엘의 자정을 ‘@000’으로 정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쓰고 있다. 올해는 주체88년.
▽인간 주기는 28일〓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기준으로 삼은 태양력과 달리 사람의 신체리듬에 맞는 28일 주기의 ‘인력(人曆)’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여성의 생리주기는 28일이며 임신기간 2백80일도 28일씩 10개월로 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병원에서 신생아는 생후 한달, 정확히 28일까지를 말한다. 생후 29일부터는 영아로 불린다. 또 바이오리듬도 28일을 주기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인력은 한달이 28일로 1년 13개월 3백64일 체제로 돼있다. 해진성형외과 윤철수(尹澈洙)원장은 “태양 중심이 아닌 사람중심의 인력을 2000년1월1일부터 도입하자”고 줄곧 주장해온 인물.
그는 “인력은 요일과 날짜가 일치하기 때문에 해마다 달력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며 “신체리듬과 딱 맞아떨어지는 인력은 임신 및 출산 조절, 건강관리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