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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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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당신과 만나고 싶소. 서로 마주보며 오랫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하고, 우리의 즐거움을 채워줄 아이를 하나 낳고, 그리고 열심히 살거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이 되지만 무사하기를 바라고 있소.
이젠 그만 쓰겠소. 편지로는 언제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소. 이제 더 이상 쓰기가 어려워요. 내 자신을 표현하기조차 힘이 듭니다. 가족들 형제 자매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곧 그들을 껴안게 되겠지. 무엇보다도 처음 며칠 동안은 먹고, 먹고, 또 먹고만 싶소. 여기 저기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면 무엇이든지 한입씩 깨물어 본 것 외에는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소. 당신을 사랑하오. 그리고 당신이 이것을 완전히 이해해 주기를 바라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온전히 당신을 사랑하오.
마지막 편지 이후 프린치스꼬라는 젊은이는 편지조차 쓸 기력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어째서 굶주린 자가 일 없이 땅을 파는지 나는 아버지의 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굶주린개나늑대나말이 왜 앞 다리로 땅을 파헤치는 헛짓을 하는지. 이미 주린 상태는 잊은 채로 뭔가생명을위하여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있지않은 것이되기 때문일 거야. 뒤에 그의 동료인알베르또가프란치스꼬의 마지막 며칠과 그의죽음을기록하는 일을 맡는다.
우리 대원들 중 세 사람은 강둑 옆 빈 오두막 집에 남았고 다섯 사람은 떠났다. 그들은 사흘 뒤에 식량을 구해서 돌아오기로 약속했다. 프란치스꼬는 혼자서는 아무런 행동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뀌로는 좀 더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기력을 남겨 두려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 혼자 땔감과 물과 다른 사람들이 버린 소금 친 식용유를 구해 오는 일을 맡을 작정이다. 하루에 사분지 일 스푼 정도는 구할 수 있다.
오늘 아침 일곱 시쯤에 일어나 먹을거리를 챙겼다. 프란치스꼬는 뭔가 먹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나는 그를 도와야만 했다. 그는 소변을 보러 일어날 수조차 없어서 우리는 오두막 집에서 그가 썼던 깡통 하나를 찾아냈다. 프란치스꼬는 나에게 그의 아내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멀리 고립되어 있는 여기서 탈출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생명에 관해서도 약간 물어 보았다. 뀌로는 입을 다문채 가만히 있었다. 프란치스꼬는 살아남고 싶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란 고작 땔감과 물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이 상황은 아버지가 환자 트에서 재귀열을 앓던 세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잡히기 전의 사흘 밤을 바위 틈에서 누워 지내던 일과 너무도 비슷했다. 나중에도 아버지는 별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 했다. 별들은 눈알 속에 박힌 모래알처럼 서걱거렸고 어두운 밤 하늘은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내리누르는 미열과도 같았다. 굶주림은 시간을 무한하게 늘려 간다.
<글: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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