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공장-논밭-실험실서도 입성…이색경력 당선자들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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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段炳浩) 위원장이 금배지를 달다니…. 나는 붉은 머리띠를 매지 않은 그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16일 한 시민단체 간사의 촌평처럼 ‘영원한 단 위원장’으로 불리던 ‘투사’ 단씨의 국회 입성은 노동계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0년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만들어 4년간 의장을 지냈고 96년 민주금속노조위원장, 99년 민주노총위원장을 맡았다. 다섯 차례의 수배와 여섯 차례의 구속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제도권과는 거리가 먼 ‘공장의 투사’였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의원이 된 단씨는 당선 확정 직후 “의원의 특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민노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된 강기갑(姜基甲) 전국농민회 총연맹 부의장은 농고를 졸업한 이후 줄곧 경남 사천에서 농사를 지은 농민.

그는 2001년 10월 31일 경남도를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초청 오찬장에서 “농사꾼으로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며 벌떡 일어섰다가 경호원에 의해 끌려 나갔고, 이 사실이 본보에 보도된 뒤 청와대가 공식 사과해 유명인사가 됐던 인물.

젖소 100여마리를 기르고 있는 강 부의장은 16일 “국회의원이 얼마나 바쁜지는 모르지만 농사일은 계속할 것”이라며 “틈틈이 땅을 파야 엉뚱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TV토론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던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선대본부장은 9선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간접 승부’ 끝에 극적으로 배지를 달았다.

민노당 비례대표 8번인 그는 당의 지지율이 거의 고정된 상태에서 자민련이 3%의 정당지지를 얻느냐 마느냐로 당락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 처했다. 자민련이 3%를 얻어 1석의 비례대표를 얻으면 민노당 비례대표가 7석으로 줄어들어 노 본부장은 탈락될 뻔한 것이다. 그러나 16일 오전 2시경 자민련 정당 지지도가 3%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의석은 노 본부장에게 돌아갔다.

경북 영주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장윤석(張倫碩·사시 14회)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의 악연이 있는 인물. 강 장관이 지난해 3월 서열파괴 인사를 하면서 좌천된 그는 “인사조치의 총탄에 맞아 죽어나가기로 했다”며 사표를 냈다. 야당 의원이 된 그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아 강 장관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전망이다. 장 전 국장 외에 법조인 출신으로는 모두 127명이 출마해 51명이 당선됐다.

또 과학자 출신으로는 여야에서 각각 비례대표로 나선 홍창선(洪昌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과 서상기(徐相箕) 호서대 교수가 당선됐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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