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끄러운 방탄국회

동아일보 입력 1999-02-07 19:30수정 2009-09-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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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단독소집한 임시국회가 오늘부터 또 열린다. 여당은 불참할 방침이어서 이번에도 개회만 있고 의정은 없는 ‘개점휴업’ 국회가 될 것 같다. 지난해에도 형식상 회기는 3백일이 넘었으나 2백40일 이상을 그렇게 흘려 보냈다. 어느 쪽이 소집했건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국회도 의원체포를 막으려는 ‘방탄국회’라는 데 문제가 있다.

야당은 검찰파동, 빅딜 후유증,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어민피해 등 현안이 많기 때문이라고 소집이유를 든다. 모두 국회가 다루어야 할 시급한 의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은 그동안에도 국회를 소집해 놓고 장외투쟁을 계속해 왔다.지난해 하반기부터 방탄국회를 잇따라 소집한 전례도 있다. 이번 국회도 ‘세풍사건’에 연루된 서상목(徐相穆)의원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의원을 위한 방탄국회만도 벌써 네번째다.

방탄국회가 계속되는 데는 검찰의 중립성 시비도 큰 몫을 했다. 야당은 검찰의 정치인 사정(司正)이 편파적이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정치인 수사의 공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국세청을 통해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혐의를 캐는 일마저 편파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난달 여야가 비리 정치인 9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막후 합의하면서도 서의원만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세풍사건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그러잖아도 정치인에 대한 법집행이 중대한 장애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부터 검찰조사를 받은 여야의원은 16명이나 되지만 구속된 의원은 기아 비자금에 관련된 이신행(李信行)씨 뿐이다. 이씨도 네 차례나 방탄국회의 비호를 받다가 야당 지도부의 결심으로 5개월여만에 구속됐다. 일반인에 대한 법집행과 형평이 맞지 않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의원이라고 해서 비리를 저질러도 방탄국회로 구속을 피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장래에 불행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의원구속도, 정치개혁도 영원히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의원의 회기중 불체포 특권은 비리의원 보호장치가 아니다. 방탄국회의 부끄러운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국회에 회부되는 의원 체포동의안을 그때그때 법대로 처리해야 옳다. 그동안 여야는 정략 때문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아 법집행을 가로막고 법의 형평성을 깨뜨렸다. 기왕 국회가 열리게 됐으니 여당도 동참해 서의원 체포동의안을 가부간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야당이 제기한 여러 현안도 함께 논의하기 바란다. 야당은 장외집회를 중지하고 정치정상화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특히 방탄국회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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