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석동일/“동강유역 조사 다시 하자”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지난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원 영월군 동강에 댐을 건설할 경우 이 지역의 독특하고 귀중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산림청과 환경부의 현지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또 동강 일대는 연약한 지반인데다 동굴이 많은 특이 지형이라 댐 건설시 그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과 한국동굴환경학회가 동강의 동굴을 공동조사해 국감당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미 1백92개가 넘는 동굴이 확인된 바 있다. 때문에 올해 국회 건교위와 환경노동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영월 동강댐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소속위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건설교통부 장관이 직접 동강 현장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말 건교위소속 의원 30명은 건교부차관 등과 함께 현지 시찰을 다녀왔다. 그러나 동식물학자 지형지질학자 동굴전문가 등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장답사를 약속했던 이정무건교부장관도 동행하지 않았다.결국 생태계와 지형 지질 구조상 안정성 문제 그리고 동굴분포에 대한 자문에 응할 전문가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총 8시간짜리 프로그램 중 의원들이 동강 현장을 직접 본 것은 영월댐 건설예정지 시찰, 고성나루터에서 덕천취수장까지의 래프팅을 합해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동강의 생태계와 동굴을 비롯한 특이지형의 문제점을 한 눈에 다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인가.

건설교통부 장관은 그렇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장관은 지난 해말 한 모임에서 수도권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 동강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건교부는 동강 주변 동굴이 1백92개라는 발표를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강 유역 동굴분포도를 작성한 사람중 한명으로 필자는 건교부 장관에게 제안하고 싶다. 동굴 수가 몇 개인지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공동 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자연은 일단 파괴해 놓고 뒤늦게 반성할 대상이 아니다. 영월 동강이 댐을 지어도 되는 곳인지 아닌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근거를 만들자. 건설강행주장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석동일(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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