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형/정부정보화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38분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앨빈 토플러는 세계가 지금 정보화라는 거대한 물결속에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이 변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만이 21세기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동아일보의 ‘정부정보화 평가’ 결과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낀다.

정보화 점수를 1백점 만점으로 할 때 17개 부처 중에 7개 부만이 70점 이상이고 장관의 점수를 보면 70점 이상이 3명뿐이다.

▼ 장관들 「마인드」 부족 ▼

이 점수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치와 너무도 차이가 커 보인다. 평가과정에서 어떤 과장급 공무원은 “컴퓨터는 아랫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고 어느 1급 공무원은 “정보화가 밥 먹여 주느냐”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격변하는 소용돌이 속을 헤쳐나가려면 선장의 리더십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보화 평가는 우리의 선장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또 일부 선원은 노를 저을 줄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과학기술과 정보화가 국력의 근본임을 강조하며 정보화 분야에 집중 투자해 한국을 10위권 내의 정보화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정보화 평가를 보면 이 공약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수의 장관들이 정보화 마인드가 없는 만큼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법을 찾기 위하여 이 문제의 근원을 찾아가보면 결국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이르게 된다.

정보화에 관하여 김대통령은 세가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장관들을 임명할 때 대상자의 정보화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다.

정보화를 통해 국정의 효율을 올려주기를 당부하면서 이를 점검해보지 않은 것은 올바른 선택과정이었다고 볼 수 없다.

둘째는 솔선수범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라는 평범한 사실이 여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는 정보화하지 않으면서 장관에게만 시키니까, 과장이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아랫사람에게만 시키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로는 대통령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챙기지 않은 점이다. 한번 지시했다고 해서 일이 잘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수시 점검은 여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김대통령의 정보화 마인드와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IMF라는 위기상황이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정보과학담당 특별보좌관’을 두어 이런 일들을 챙기게 하면 좋겠다.

이 특보의 역할은 크게 세가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청와대를 정보화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통령과 비서관들이 컴퓨터를 통해서 손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대통령 면담도 상당부분 원격회의 방식으로 대치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각 부처의 장관과 공무원들은 앞을 다투어 컴퓨터 앞에 달려갈 것이다.

공무원들이 컴퓨터로 일하면 관련 기업은 저절로 따라간다. 가장 손쉬운 국가정보화 전략이다.

둘째는 각 부처의 정보화 사업을 조정하고 점검하는 일을 해야 한다.

전자결재와 전자상거래 등 국가적으로 시급하게 추진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는데 부처간의 이견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 청와대에 특보 두어야 ▼

셋째로는 수시로 대통령에게 정보산업육성과 과학기술진흥에 대해서 조언해야 한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필요한 부서는 신설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이 정보화 평가를 보면서 이런 일을 왜 이제야 하게 되었을까, 왜 민간 언론기관이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평가는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임명직뿐만 아니라 선출직인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들의 정보화를 점검해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광형<한국과기원교수·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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