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독립의지 있나?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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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세풍(稅風) 총풍(銃風)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과 검찰의 태도를 보면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검찰로서는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두 사건을 수사해 왔으리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눈으로는 진상이 완전히 규명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대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는 범죄의 증거확보 차원뿐만 아니라 공정한 수사라는 절차적 측면도 포함될 수 있다. 전국의 검사장들 앞에서 두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원론적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급을 받아들이는 검찰의 자세는 검찰이 과연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본질적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두 사건을 사실상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총풍사건에 관해서는 배후수사에 결정적 증거를 새로이 발견한 것처럼 내비쳐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그동안에는 수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자세는 검찰의 신뢰성에 스스로 훼손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간부는 대통령의 언급을 ‘지시’가 아니라 ‘요구’로 해석했다고 한다. 그는 “검찰은 대통령 개인의 요구가 아닌 국민의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반응은 중립성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자세로 비친다. 그동안 언론 등의 같은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대통령의 질책으로 비로소 국민의 요구를 알았다는 말인가. 물론 대통령도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특별한 기능과 위상을 고려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의 중립성 여부는 보다 근본적으로 검찰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어떤 사건이든지 진상을 있는 그대로 철저히 파헤치는 작업은 검찰의 1차적 임무다. 따라서 세풍 총풍사건의 진상이 아직 모두 가려지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언급과 상관없이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바른 자세다. 대통령의 말이 있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검찰이라면 국민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눈을 잠깐 흐릴 수는 있겠지만 길게 갈 수는 없다.

두 사건의 진상은 고문주장까지 포함해 한점 의혹도 남김 없이 철저히 규명하되 수사의 공정성에 추호도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압’때문에 무리한 수사와 왜곡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통령의 특별한 언급이 있었기에 검찰의 태도는 더욱 주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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