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반상회요? 필요성 모르겠는데요』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29분


“반상회요? 몰라요, 어디서 하는지. 아파트 공지사항은 게시판에 다 붙는데 왜 가요? 벌금 물릴 때는 할수 없이 갔지만…. 나이 많은 분들만 모이는데 어색하기도 하고요.”

서울 강남구 수서동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손모씨(28). 반상회에 안가도 사는데 불편이 없으니 외면당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주민 이모씨(35·주부)처럼 아예 1년치 불참 벌금 2만4천원을 ‘선불’하고 ‘해방’된 사람도 있다. 반상회 때마다 사람 끌어모으는 데 지쳐 반장을 모든 가구에 3개월씩 교대로 맡기는 것은 이제 보편화 된 전통. 그나마도 기피해 이 아파트처럼 아예 ‘반장 면책금’(5만원)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반상회 시작은 76년. 80년대 초까지만해도 새마을 운동과 함께 주민사회 결속에 일조했지만 지금은 달라진듯 보인다.

80년대 후반부터는 강제성에 대한 반발도 노골화 조직화 됐다. 서울 강남구가 벌금부과 금지 조례(88년)까지 만든게 그 예. 95년 당시 내무부는 각 시군구에 ‘반상회 운영 자율화 방안’을 시달하기에 이르렀다. 그후로 대전 중구, 속초, 군산, 김천, 영주시가 반상회를 잠정 중단 또는 폐지하거나 필요시에만 열기로 조례를 바꿨다(행정자치부 자료).

반상회 참여율이 낮아지자 서초구청은 지난해 12월부터 TV반상회를 실시중이다. 케이블TV수용가가 관내 13만4천여가구의 30%가량(4만여 가구) 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모임 반상회보다 참여율이 높다고 자평했다.

반상회가 시들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관청 주도 행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 분위기 △맞벌이 부부의 증가 △내용이 부실한 형식적인 모임 △생활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의 다양화 등.

한편 기피되는 반상회, 증가하는 생활정보 수요 사이에 벌어진 ‘틈새’로 파고 드는 것이 있다. 바로 지역소식지다. 구청이 매달 한부씩 발간 배포한다. 여기에는 바자 재활용품장터 벼룩시장등 생활정보는 물론 건물증개축 증여 상속 등 각종 생활법률 지식, 민원 질의응답(Q&A)란 등 다양한 정보가 실린다. 주부기자들이 보내오는 생생한 생활현장의 정보, 퀴즈를 통해 푸짐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열독률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일산신도시 마두동 동아아파트에서는 동대표가 발행한 아파트단지 소식지까지 생겼다. 반상회의 대안(代案)으로 떠오르는 소식지. 여기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재·이완배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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