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알권리와 기자구속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9시 56분


기자가 구속된 사례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특히 사이비 기자가 공갈 등 혐의로 구속되는 사례는 자주 볼 수 있다. 기자가 기사작성과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업무와 무관한 파렴치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신분이 성역일 수는 없다. 그러나 취재활동 중에 생긴 ‘의욕과잉’ 사례를 문제삼아 국민일보 기자를 구속한 검찰의 처사는 지나쳤다.

▼기자들의 취재관행을 보면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법대로만 한다면 기자를 매일 몇명씩 구속하고도 남을는지 모른다. 경찰간부나 검사의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슬쩍 훔쳐보았다고 건조물 침입이니 절도니 하는 혐의를 씌운다면 그동안 빛을 못본 특종기사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관행을 무조건 비호할 수는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신사적’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다. 비신사적 취재관행은 경직된 수사관행에서 온다. 가령 수사진전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선진국에서처럼 숨김없이 잘만 된다면 검사의 컴퓨터 자료를 훔쳐보려는 비정상적 취재의 수요는 적어진다. 그러나 우리 수사기관에는 아직도 수사진행상황을 무조건 숨기려는 타성이 남아 있다. 기밀이 새면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알권리와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검찰은 그렇다 치고 불구속 입건으로 충분한 사안을 구속까지 하도록 허가한 법원의 처사도 그렇다. 어째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영장의 상황설명이 상당부분 왜곡됐다는 기자의 주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기자들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개입됐다면 이건 더 큰 문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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