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생리현상 설명 「나를 발견하는 그림책」5권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14분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섬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섬에는 숲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숲에는 늪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늪에는 프로스페르라는 악어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스페르는 전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들이랑, 새들이랑…, 다 함께 재미나게 지냈으니까요.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 시커먼 배 한 척이 나타났습니다. 그 배에서 사람들이 내렸습니다. 그 사람들은 웃을 줄 몰랐고 사냥을 좋아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 모두, 풀밭 위로 뛰어다니는 것들 모두,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들 모두를 잡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커다란 그물로 프로스페르를 잡았습니다. 프로스페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흑흑! 흑흑!

사람들이 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악어를 데려가서 시장에 내어 놓읍시다. 구경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거요. 악어의 눈물 덕분에 우리는 부자가 되겠네!”

프랑스 작가 피토와 제르베의 ‘나를 발견하는 그림책’시리즈(웅진출판·전5권).

똥이며 방귀며 오줌이며 재채기며 눈물이며…, 친근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리현상을 빗대 유아들의 심리를 빤히 들여다본다. 변덕스럽고 자기만 아는 아이들을 살살 다독이며 스스로를 존중하고 친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눈을 틔워준다.

똥이 산을 만든다든지, 오줌으로 큰 불을 끈다든지, 눈물이 강물을 이룬다든지…, 상황설정이 기발하고 위트가 넘친다. ‘똥 뿌직’ ‘방귀 뿌우웅’에 이어 이번에 ‘오줌 쏴아아!’ ‘재채기 에에취!’ ‘눈물 흑흑!’이 새로 나왔다. 2∼5세 대상. 각권 4,500원.

…, 프로스페르는 구경꾼 앞에 나섰습니다. 흑흑! 흑흑! 사람들이 낄낄거렸어요. “정말 재미있는 악어네!”

흑흑! 흑흑! 프로스페르는 울면서 넓고 넓은 바다, 자기가 살던 섬, 숲, 늪, 물고기들, 새들을 생각했어요. 프로스페르는 울고 또 울었어요. 흑흑! 흑흑! 프로스페르의 눈물이 모여 웅덩이가 됐어요. 웅덩이는 금세 시내가 되고 커다란 강이 되어 사람들을 모조리 휩쓸어 가버렸습니다.

프로스페르는 눈물로 된 강물을 헤엄쳤습니다. 프로스페르는 헤엄을 치고, 치고, 또 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자기가 살던 섬에 이르렀습니다.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 섬에는 숲이 하나 있습니다. 그 숲 한가운데에 늪이 하나 있습니다. 그 늪에는 프로스페르라는 악어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그 섬에, 홀로 외로이….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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