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불청객 「우울증」…잦은 한숨도 「病」

  • 입력 1998년 10월 6일 19시 27분


‘시간도 멈춰버린 것같은 차가운 세상. 나혼자 버려진 듯합니다.’

가을엔 여러가지 이유로 우울증 환자가 많아진다. 특히 이번 가을엔 ‘IMF체제의 박탈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울증은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흔한 정신질환. 그러나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하규섭교수(02―760―2458)는 “‘우울하다’는 감정은 흔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울함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도 치료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한다”며 “환자의 70%가 자살을 생각하고 20%가 자살을 시도하는 위험한 병”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은 내성적인 성격이나 기분이 ‘가라앉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다시 좋아지는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on)’과 기분이 늘 좋지 않은 ‘기분부전증(氣分不全症)’으로 나뉜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주요우울증. 과거는 후회스럽고 현재는 비참하며 미래는 희망이 없게 느껴지는 등 병적으로 우울하다. 또 불면이나 성욕감퇴 등의 신체 증상(진단기준 참고)이 2주 이상 계속돼 일상 생활이 힘들어진다. 주요우울증은 2, 3년 주기로 일생동안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염색체 이상 등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 처하면 뇌신경세포간 정보전달 물질들이 불균형하게 분비되면서 우울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실직, 건강상실로 인해 자존감을 다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또 가을철에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햇빛의 양이 줄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적어지기 때문.

▼왜 문제인가?〓완치율이 70∼90%임에도 불구하고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 미국의 한 연구자료는 우울증 환자가 병원에 와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년이 걸린다고 보고. 또 약물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의식해 상태가 좋아지면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최근 1, 2년 사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치료약이 많이 개발됐다.

▼치료법〓△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와 △세상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을 상담을 통해 바로잡아주는 인지 치료가 기본. 또약을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때에는 0.5초동안 뇌신경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기충격요법을사 용.‘계절성 우울증환자’에게는 2천5백∼1만 럭스의광선을 30∼1백20분 쪼여주는 광선치료를 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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