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알코올성 간질환]『술 앞엔 장사없다』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H은행의 김모대리(34). 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라는 통보를 받고 술을 자제. 그러나 최근 회사가 구조조정을 겪고 있어 1주일에 최소 두 번은 술자리. 더우기 추석연휴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 친지들이 술잔을 권하면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술은 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민호교수와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교수의 도움말로 알아 본다.

▼왜 간에 지방이 쌓일까?〓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에서 10% 정도, 소장에서 90% 정도 흡수돼 온 몸의 핏줄을 타고 돈다. 간에서는 혈중 알코올의 90%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긴 지방이 간세포에 쌓이는 ‘지방변성’이 나타난다. 3∼5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상간으로 복귀.

▼알코올성 지방간〓지방변성이 풀릴 틈을 주지 않고 술을 마셔 지방이 간무게의 5%가 넘도록 쌓이는 것. 이 때는 약간 피로를 느끼거나 식사 후 더부룩하고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거북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혈액검사를 받으면 GOP GTP 수치가 정상보다 2∼3배 높게 나온다. 1∼6주 술을 마시지 않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면 낫는다. 그러나 ‘신호’를 무시하고 하루 80㎎(소주2홉 한 병, 맥주 1천5백∼2천㏄, 위스키 1백50㎖) 이상의 알코올을 1∼2년 계속 섭취하면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

▼알코올성 간염〓지방간인 사람의 10%가 걸리고 술을 못마시는 사람이 폭음해도 발병.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난다. 쉽게 피곤해지며 미열이 지속된다. 설사가 잦으며 변에 기름이 둥둥 뜨기도 한다. 황달이 나타나고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6개월 이상 술을 끊고 단백질과 비타민의 일종인 시아민 등을 투여하는 치료를 받으면 70%는 정상간으로 회복.

▼알코올성 간경변〓그래도 계속 술을 마시면 반 정도가 6년 내 간경변으로 진행. 혈액검사로는 알 수 없고 조직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황달이 나타나고 배에 물이 차거나 식도의 정맥이 부어 터지는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술을 완전히 끊고 증세에 따라 복수를 빼는 치료나 식도 정맥을 밴드로 묶는 ‘식도정맥류 결찰술’ 등을 받는다. 5년 생존율이 황달 복수 출혈 중 하나도 없는 경우 90%, 황달 또는 복수가 있으면 50%, 출혈이 있으면 35%.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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