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교도소 민영화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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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반스교도소의 재소자들은 매일 민간회사로 출근한다. 일반근로자와 비슷한 임금을 받고 세금도 낸다. 가족을 부양하며 저축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교도소 민영화의 성공적인 한 형태로 꼽힌다. 회사는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교도소는 재소자 관리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 범죄피해자는 재소자로부터 금전배상을 받을 수 있다. 민간교도소가 미국에서 21세기 유망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간교도소는 워런 버거 전 미연방대법관이 주창한 개념으로 80년대에 본격 도입됐다. 미국의 경우 성인범은 약 2%, 소년범은 절반가량이 민간시설에 수용된다. 민영화의 범위는 아주 다양하다. 의료서비스나 정신치료 약물치료 식사제공 직업훈련 등 특정분야에 한정된 형태로부터 시설 전체를 민간회사가 지어 운영하고 정부는 감독만 하는 경우도 있다. 민영화는 주로 시설확충의 필요와 재정부담때문에 검토된다.

▼미국은 7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재소자가 거의 두배로 증가하자 민영화를 서둘렀다. 재소자가 95년에 1백만명을 돌파, 교정시설 한 곳에 평균 8백54명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재소자가 현재 7만명에 달해 교정시설 수용능력을 1만명 이상 초과했다. 유엔이 권고하고 있는 시설 한 곳의 적정인원은 5백명. 우리는 1천6백명으로 그 3배를 훨씬 넘어섰다.

▼때맞춰 기독교단체가 민간교도소 설립을 추진중이라는 보도다. 법무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성사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종교교도소가 되어 예산절약과 재범방지에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교도소는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형벌집행권은 어디까지나 국가에 있으며 민간에 넘길 수 없다는 원칙론과 국민정서가 관건이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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