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갯벌죽이는 새만금사업

  • 입력 1998년 9월 25일 19시 21분


감사원이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해 ‘사업타당성 전면 재검토’를 권고했다.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멋대로 사업 주목적을 당초 농업용지에서 산업단지로 변경했고 재원조달방안과 환경오염대책 등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런 지적사항들은 그동안 환경단체와 언론이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것들이다. 하등 새로울 것이 없다.

▼이제 문제는 새만금간척사업 백지화여부다. 감사원은 ‘이미 7천3백억원이 투입된 만큼 백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이 문제는 많으나 그동안 들어간 돈이 아까운 만큼 그만둘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나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환경파괴’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8천5백만평의 농지와 3천6백만평의 담수호가 생긴다고 한다. 대신 이 사업으로 사라지는 갯벌은 약 6천만평이나 된다. 요컨대 갯벌 6천만평과 농지 8천5백만평을 맞바꾸는 것인데 이것은 한마디로 ‘다이아몬드 팔아 금을 사는 꼴’이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농경지보다 1백배 이상으로 매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갯벌은 각종 오염물질 정화기능이 탁월하다. 갯벌 10㎢가 갖는 정화능력은 인구 10만명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장과 같다. 앞으로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생기는 담수호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들여 기초환경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천연적인 하수종말처리장을 없애고 돈들여 인공적인 기초환경시설을 짓는 격이다. 새만금사업타당성 전면재검토에는 이런 점들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본전’만 생각하고 결단을 못내린다면 돈도 환경도 다 잃게 된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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