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정부의 전문직단체 개혁안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47분


변호사 세무사 건축사협회 등 1백18개 전문직 단체에 대한 개혁작업이 각 분야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 같다. 당장 이익단체들의 반발부터 관심거리다. 자칫 ‘제2의 건국운동’의 첫 시련이 될지도 모른다. 징계권을 정부에 돌려주고 한 분야에서 2개 이상의 단체가 허용된다면 기존 단체에 달가울 리 없다. 1천9백만원까지 하는 각종 명목의 회원 부담을 없애는 것도 그렇다.

▼성격이 다양한 1백18개 단체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안은 크게 보아 ‘독점과 담합’이란 전문직 단체의 폐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그 분야에서 일하려면 무조건 관련협회에 가입해야 한다든지, 단체가 한개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점은 분명히 잘못됐다. 단체에 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가입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만만찮은 등록비는 공직 말년에 부정을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독점적 지위와 징계권을 누려온 단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집단이익을 위해 대(對)정치권 로비창구 역할을 해온 것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활동이 국민을 위하고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라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떤 단체는 한해 수십억원의 이권(利權)장사로 친목단체인지 사업기관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게 한다.

▼요컨대 개혁안은 전문직 단체를 종래 공급자에서 소비자인 국민 위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경쟁 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 모든 개혁의 주도권을 쥔다고 해서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민간단체의 자율성 침해와 정치논리의 개입이 걱정된다. 개혁안은 획일적이 아닌 각 단체의 특성에 맞는 방안이어야 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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