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低금리에 거는 기대

동아일보 입력 1998-07-29 19:35수정 2009-09-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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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건전재정 통화긴축을 골자로 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처방이 사실상 전면 수정됐다. 그동안 기업 숨통을 죄어온 고금리정책을 바꾸어 저(低)금리체제로 전환키로 한 것이나 통화공급과 재정적자 확대로 정책을 수정한 것은 죽어가는 실물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고금리 긴축재정 기조의 IMF 정책프로그램이 애시당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환란(換亂)초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고식적인 처방이 엄청난 부작용을 부른 것도 사실이다. 기업 금융 구조조정과정에서 내수가 얼어붙고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돼 산업기반의 붕괴가 우려되는 사태를 야기했다. 뒤늦게나마 IMF가 실물경제 위축에 눈을 돌린 것은 다행이다.

정부와 IMF가 3·4분기 정책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여러가지지만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저금리정책이다. 그만큼 고금리에 따른 기업들의 고통이 컸고 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저금리정책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의 주요 수단은 한국은행의 본원통화공급 확대다. 이는 인플레를 부추길 우려가 없지 않다. 하반기 재정 지출 확대와 맞물릴 경우 자칫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과 금융의 자금공급 시기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물가불안 요인은 많지 않지만 경기불황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된다면 앞으로 경제정책운용과 기업 금융 구조조정은 어렵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금융정책 효율성의 한계다. 그것은 통화량 증대가 이자율에 미치는 효과는 일시적인데다 저금리 혜택 또한 곧바로 기업과 가계 등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은행들은 여유자금을 고수익 단기상품으로 운용하면서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시중 실세금리가 떨어져도 좀처럼 대출금리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예금금리는 즉각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인하 시늉만으로 무려 4∼7%에 이르는 예대(預貸)마진을 챙기고 있다. 이를 즉각 시정해 중소기업과 가계가 저금리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재원의 합리적 배분도 중요하다. 경기회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중소기업 무역금융 주택건설부문 지원 등에 쓰여지겠지만 투자우선 순위를 잘 가려야 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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