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院구성 서두르라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1분


여권이 국회의장을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받아들였고 7개 지역의 재선거 보궐선거도 이젠 끝났다. 그동안 원(院)구성과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았던 장애요인들이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여야의 자세를 보면 이번에도 원구성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식물국회’가 오늘로 54일째인데도 조기(早期)정상화의 전망은 어둡다.

연립여당은 입장차이를 조정하지 못한 채 갈등양상마저 내보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미 내정한 의장 부의장 후보로 자유투표에 임할 태세지만, 자민련 일각에서는 의장 자유투표가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다른 궁리를 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회의는 당론결정과정의 결함을 드러내 향후 국회운영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본란이 자유투표를 거듭 제안했음에도 국민회의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완강히 거부해왔다. 그러다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가 자유투표 수용을 결정하자 국민회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방침을 바꿨다. 대통령의 결심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 경직된 체질로 여소야대 국회를 원만히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를 먼저 수용하고서도 복잡한 집안사정 때문에 의장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의식하는 각 계파가 의장후보 내정에서부터 힘겨루기에 나설 기세다. 후보를 섣불리 정했다가는 의장선출과정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는 모양이다. 거대야당의 내홍(內訌)이 국회 정상화의 발목을 잡으려 하는 형국이다.

자유투표는 의장 당적이탈과 함께 의미있는 정치실험이 될 것이다. 여야가 한 사람의 후보에 대한 형식적 투표로 의장을 선출했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복수(複數)의 의장후보에 대한 의원들의 자유투표는 진일보(進一步)임에 틀림없다. 여야는 의장 자유투표를 통해 즉각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 그동안의 국회공백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연립여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옳다. 한나라당은 의장후보도 못 정하는 정당을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문(自問)해볼 일이다.

경제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노사대립은 격렬해지고 있다. 그런 시점에 경제개혁과 민생보호에 필요한 법안 등 2백65건이 국회에서 몇달째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가급적 이달 안에’ 원구성을 마치자고 어정쩡하게 합의해 놓았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를 여야는 짐작이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를 당장 가동해 개혁입법안을 포함한 국정현안들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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