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갑식/수달이 주는 교훈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34분


‘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잠시는 가릴수 있지만 거짓은 결국 드러나고 만다. 지난달 24일 방영된 KBS ‘일요스페셜―자연다큐멘터리 수달’을 둘러싼 진실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차례로 드러난 것도 이처럼 세상 곳곳에는 진실을 보고 있는 수많은 눈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달이 오리와 뱀 등을 먹는 TV화면은 강원 인제지역의 생태와 다르다”는 시청자 제보가 들어온 것이 지난 주말. 또 촬영을 위해 1㎞가량의 철조망이 쳐졌고 마을주민이 기르던 수달을 끌고 왔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한 주민은 “이 프로가 내린천 댐 건설 반대투쟁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아 침묵을 지켰다”면서 수달 한쌍이 주기적으로 닭장에 실려왔으며 철조망 속에 갇힌 채 ‘연기’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시청자들의 제보와 거듭된 확인 취재에 KBS측은 석연치 못한 태도를 보였다.

연출에 의한 촬영은 ‘절대 없었다’가 ‘일부 있었다’로, ‘앞뒤가 뚫려 있었다’던 철조망은 사면이 막힌 것으로 변경됐다. 또 사육용 또는 연구용 수달은 ‘출연하지 않았다’에서 단역으로, 단역에서 조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마침내 주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자연보호’를 명분으로 시작한 자연다큐멘터리가 ‘제작진의 욕심’으로 치달아 천연기념물 330호인 달미와 달식이가 죽었다. 영국의 BBC같은 공영성을 추구하겠다던 KBS의 명예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상처를 입었다.

진실은 어디에나 있으며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다. 순교자처럼 눈을 감은 수달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수달 사건’이 인기나 시청률보다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갑식<문화부>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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