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22]서울화계초등교/콩나물교실서 꽃핀 인성교육

  • 입력 1998년 6월 15일 07시 09분


인성교육이나 열린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시골의 작은 학교가 좋다. 학생수가 적어 교사가 아이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 자연환경 자체가 훌륭한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지방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작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화계초등학교(교장 장길성·張吉成·60)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 2천5백여명에 학급수도 65개나 된다. 성북교육청 관내 36개 초등학교 가운데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학교중 하나. 공간이 부족하고 운동장도 학생수에 비해 턱없이 작다. 그러나 이 학교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인성교육 시범학교다.

“학교가 작을 수록 교육효과가 높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실시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 주어진 여건에 맞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지요.”이 학교 장교장의 지적이다.

장교장은 “오히려 인성교육은 삭막한 대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도시의 대규모 학교라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가 인성교육 시범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자유스러운 교육을 실시하려는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한달에 두번씩 책가방을 들지 않고 등교한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살아 숨쉬는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자율학습일로 이름붙여진 이날은 정규수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학습내용은 그때 그때 교사와 학생들이 상의해 결정한다. 학생들은 이날 인근 도봉산으로 등산을 가곤 한다. 도봉산은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자연학습장이다. 어떤 날은 박물관이나 과학관 등을 방문하기도 하고 학교운동장에서 하루종일 민속놀이를 배우는 날도 있다.

이 시간을 이용해 4학년은 이번 학기 교과서에 등장하는 강화도 유적지를 답사했고 3학년의 경우 국회의사당 정부종합청사 등 서울시의 주요 기관과 명승지를 순회하는 기회를 가졌다.

8일부터 일주일동안은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함께 만든 가족신문을 학교에 가져다 전시했다.

화목일보 행복신문 이야기보따리 등 다양한 제호의 신문들이 1학년교실 복도에 전시돼 교사와 친구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람을 위해 일부러 학교를 찾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1학년 박준성군은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과천경마장에 놀러갔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톱기사로 실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 수현이가 반장으로 뽑힌 것에 대한 자랑도 곁들였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대통령이 국민들의 요구로 하야했다는 기사를 담은 ‘엉뚱한’ 신문도 있었다.

학교측은 다음번에는 학생들이 부모와 친구, 교사들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를 모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교사와 학부모간의 교류가 빈번한 것도 이 학교의 특징.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다.

가족신문전시회를 보러 온 한 학부모의 말. “지난번 학교에서 실시한 강연회에서 ‘우리 애는 책을 않읽는다고 하는 것은 집에서 부모가 책을 않읽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느낀 점이 많았어요.잔소리보다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겠더라구요.”

이처럼 학교측에서는 한 학기에 두번씩 학부모들을 초청해 독서지도법 인성지도법 등에 대한 강연회를 연다. 학부모들이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알뜰바자회 가족산행대회 등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자주 갖는다. 그래서 이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에 찾아오는 것을 조금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부터 실시한 ‘사랑의 고리 운동’으로 학부모들끼리의 사이도 더욱 가까워졌다.

사랑의 고리 운동은 한자녀 가정 아이들끼리 서로 형제 자매결연을 맺어주는 행사.

장교장은 “처음에는 혹시 우리 애가 나쁜 아이들과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던 학부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학부모들끼리 따로 모임을 갖기도 할 정도로 서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화계초등학교 연락처 02―986―7782.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