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오르는 대기업 빅딜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현대 삼성 LG 등 3대그룹간 주력사업을 서로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그룹은 정치권에서 만든 가상 시나리오일뿐이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산업구조개편과 대기업 구조조정은 국민경제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자율적인 빅딜은 바람직하다.

물론 빅딜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각 그룹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민감한 사안인데다 채권채무 및 거래관계, 고용승계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원칙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최종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초 빅딜 논의를 반(反)시장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던 재계의 입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개인휴대통신(PCS) 등 대형 중복사업들이 앞으로 더이상 시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면 다같이 공멸하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빅딜을 통한 과잉투자업종의 군살빼기는 시급한 과제다.

대기업간 핵심사업의 빅딜은 단순히 재계의 판도변화나 개별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의 극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빅딜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 산업구조조정의 촉진이고 둘째 과잉 중복투자의 해소며 셋째 업종 전문화의 실현이다. 그리고 넷째는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생산설비의 과잉으로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벌여온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는 같은 인식들인 듯하다.

그러나 이번 빅딜은 알려진 대로라면 기업간 자율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권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충분한 사전준비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빅딜이 성사되려면 맞교환 대상사업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미래가치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빅딜 대상 가운데는 유망사업이 있는가 하면 조만간 사양산업으로 분류될 사업도 있어 이(異)업종간 반강제적 교환은 자칫 큰 무리를 부를 수 있다.

또 인위적 빅딜로 특정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국제적인 독과점시비도 우려된다. 국내시장의 독과점적 지배에 따른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빅딜 후 생산체계의 일원화와 빅딜과정의 실업자 문제도 큰 과제다.

빅딜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정책과제가 다 그렇듯 빅딜이 성공하려면 합목적성만으로는 안된다.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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