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157 비상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지난달 19일 광주 호남대 광산캠퍼스 매점에서 수거한 햄버거에서 병원성대장균인 O―157:H7균이 검출돼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직 환자발생 보고는 없으나 집단발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염된 햄버거를 수거한 시점이 20여일 전이어서 그 사이 균이 잠복 또는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의 햄버거에 들어간 여러 재료 중에서 어떤 재료가 O―157균에 오염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오염경로를 차단, 오염확산과 집단발병을 막을 수 있다.

O―157균은 항생제남용에 따른 대장균의 변이로 유발됐다고 믿어지는 신종 병균이다. 82년 미국에서 이 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사먹은 사람들이 집단발병한 이래 캐나다 영국 호주 프랑스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발병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96년과 97년 일본에서 O―157균에 의한 집단식중독사건으로 1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10여명이 숨지면서 일본열도를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92년 소의 배설물에서, 96년엔 서울 식육도매점의 쇠 간에서 균이 검출된 바 있고 작년 9월에는 미국 네브래스카산 수입쇠고기에서 검출돼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O―157균에 의한 환자는 94년 경남 고성에서 한건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구촌이 거의 1일생활권으로 변하고 인적 물적 교류가 대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 각종 전염병이 각국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만연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여년 동안 새로 생겨났거나 다시 만연하고 있는 20여종의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올해 엘니뇨로 더위가 일찍 온데다 예년에 비해 긴 장마가 예고되고 있어 집단발병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이미 제주지역의 집단 볼거리발생과 경기도의 말라리아 유행, 일부 해안지역의 비브리오패혈증환자 발생보고 등은 올 여름철 방역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방역체제는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역은 무엇보다 철저한 검사 및 검역망으로 빠르고 정확한 신고―보고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방역체제는 예산부족 탓도 있겠으나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되풀이되는 늑장보고와 역학조사회피 사례가 그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진국형 방역체제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나라 경제가 어렵더라도 방역같은 국가의 기본적인 시스템만은 제대로 갖추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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