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인터뷰]서울 운현초교 박정희교감

  • 입력 1998년 5월 31일 20시 40분


“학습목표는 같지만 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 일반 학교교육과 열린교육의 차이일 것입니다.”

운현초등학교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는 박정희(朴貞姬·44)교감. 그는 “일반교육은 교사가 학생에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면 열린교육은 학생 스스로 그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교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쩌면 일반교육보다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반교육은 준비가 없이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열린교육은 사전준비가 없이는 수업에 임할 수 없고 나름의 학습방법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86년 3월 운현초등학교가 처음 개교했을때 박교감은 교장이나 다른 교사들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학교를 꾸려 나갔다.

“당시에는 열린 교육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뭔가 색다른 초등학교를 만들어 보려는 설립자의 취지를 좇았을 뿐입니다.”

일반 사립초등학교에서 5년간 교편을 잡다 모교(이화여대)의 추천으로 운현초등학교를 맡게 된 박교감은 9주간 미국과 일본 연수를 통해 열린교육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96년 9월까지 수업을 맡다 교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금은 주로 수업아이디어나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소개하는 등 교사들을 도와주는 입장에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학년 입학할때 보통 학생에 비해 다소 능력이 뒤떨어지던 한 학생이 졸업후 대학생이 돼 나타났을 때이다. 오랫동안 소식을 몰라 걱정했는데 버젓한 대학생이 돼 찾아와서는 나중에 결혼주례까지 부탁했을때 박교감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만약 그 학생이 일반학교에 가서 저능아 취급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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