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자사제품 「강매 할당」 월급쟁이들 허리휜다

  • 입력 1998년 5월 24일 19시 56분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자사제품 강매로 사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의 할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위에 권유하다 보니 친지나 친구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가 하면 얄팍해진 월급마저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떨어지기 일쑤다.

자사강매는 현행 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의 하나. 대기업들이 불경기로 재고가 누적될 때마다 써먹었던 이 ‘기법’은 요즘엔 자동차 PCS단말기 부동산시장까지 퍼졌다.

삼성건설과 거래하는 하청업체 A사. 직원들 봉급주기도 벅찬데 최근 울며겨자먹기로 삼성승용차 1대를 구입했다. ‘안사면 견적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협 때문. 공정거래위에 하소연했지만 “실명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답변, 울화통만 터졌다.

삼성그룹은 직급별로 1∼3대씩 할당, 형식상으론 ‘애사심’에 호소하고 있지만 만만한 협력업체나 정리해고 대상인 임직원들에겐 엄청난 압력.

2, 3월 임직원들의 ‘애사심’ 등에 힘입어 자동차 내수판매 수위를 차지한 대우자동차. 그러나 협력사 임직원 중엔 대우차만 2, 3대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다. 주가가 폭락해 개인파산 위기에 직면한 대우증권 S대리도 최근 실적을 채우기 위해 멀쩡한 차를 중고시장에 내놓고 레간자를 구입했다. 현대도 ‘그룹차원’의 지원을 선언, 계열사 임직원들이 할당물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통신서비스 업체들도 직급에 따라 단말기 판매대수와 가입자수를 할당, 임직원들이 곤욕. 봉급삭감에 생활고(生活苦)가 심한 샐러리맨들, 이래저래 수난시대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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