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⑮]정보화로 도약 「장수기업」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8분


기업의 평균수명은 20년. 1970년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회사의 3분의1이 세계 무대에서 사라지는데 단 13년이 걸릴 정도로 기업의 수명은 짧다.

무한경쟁시대에 1백년 이상 장수한 기업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 미국의 NCR와 3M, 캐나다의 노텔 등 시대를 뛰어넘은 장수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 회사 모두 1백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시작과 달리 현재는 ‘전공’이 다르다는 것도 공통점. 이는 기술력을 중시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더구나 이들은 이러한 변신 과정에서 정보의 자유롭고 원활한 유통을 꾀하는 정보화를 통해 생산과 유통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 효율을 높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3M(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의 구호는 ‘기술만이 살 길’. 이 신념이 창업 당시부터 3M사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뒷심이었다.

이름에서 보듯 이 회사는 미국 중부의 미네소타주에서 강옥석을 채굴하는 광산업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전기 전자 의학 생명공학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5만가지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화학회사다.

이 회사의 레오 던 부사장은 “‘기업하는 이유’가 고객의 필요에 맞아 떨어지면 되지 반드시 고상할 필요는 없다”면서 “지난해에 개발한 기술로 올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한다”고 강조한다.

3M 역시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단행해왔다. 직종을 없애기보다 시스템이나 공정 중에서 불필요한 작업과정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사는 90년대 초반들어 대규모 부서 구분을 없애고 그보다 작은 40개의 전략사업 단위로 조직을 세분했다. 전략사업단위끼리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구조를 바꾼 대신 정보화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NCR(National Cash Register)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처음엔 상점에서 활용하던 금전등록기를 만들던 기계제조업 회사. 얼마전까지 중대형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다가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로 업종을 바꿨다.

1957년엔 제너럴 일렉트릭과 합작으로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식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을 생산한다. 그리고 1968년엔 부품 전체를 집적회로(IC)로 구성한 최초의 컴퓨터를 내놓게 된다.

그후 90년대까지 내로라하는 중대형컴퓨터 회사의 대열에 서 있었다.

여기까지의 성장과정은 구조조정없이 순조로운 편. NCR의 변신에 가장 큰 획을 그었던 것은 93년 71억달러에 미국 AT&T에 합병된 사건. 당시 자금력을 앞세운 AT&T가 컴퓨터 사업부문을 신설하기보다는 나름대로 기술력을 가진 NCR를 합병해 컴퓨터 사업부문으로 활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96년말 다시 AT&T에서 분리된 NCR는 중형컴퓨터분야에서 가격하락과 경쟁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NCR는 97년 한해 동안 대폭적인 조직개혁을 단행하고 업종을 전환했다. 경리 인사 등 지원부서의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영업부문을 강화했다. 또 5개 사업부에 별도의 영업기능을 추가해 각 사업부의 손익책임을 보다 명확히 했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부문은 설계인력만 일부 남겨놓은 채 모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했다.

이 회사가 이러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드웨어 공장을 팔아도 아웃소싱을 통해 원하는 하드웨어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술과 정보수준을 갖췄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통신장비 회사 노텔(NORTEL). 세계 최대의 디지털 네트워크 공급업체다. 95년 노텔은 설립 1백주년을 맞이해 회사명칭을 노던텔레콤에서 현재와 같이 바꿨다.

1895년 설립 당시 이 회사는 웨스턴 일렉트릭사로부터 부품을 받아 조립하는 단순한 하청업체로 캐나다내에서 가정용전화기 키폰시스템 등을 조립해 판매했다. 통신분야에 대한 기술력은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웨스턴 일렉트릭과의 협력계약이 끝난 1959년에 캐나다 오타와에 칼링턴연구소를 설립, 기술적 독립을 꾀한 뒤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노텔에서 연구개발 비중은 매우 크다.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이 이 회사의 원칙이다. 전체 2만명의 종업원 가운데 25%인 5천명이 연구개발 엔지니어다.

정보의 공유 시스템도 놀랍다. 노텔의 칼링턴연구소는 자체 정보화에 그치지 않고 인근 지역 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초고속 통신회선을 설치해 정보소통에 신경을 쓴다.

이 회사의 프랭크 멜러 부사장은 “거창한 생존전략보다는 기술을 중시하며 특히 끊임없이 변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샌디에이고·오스틴·오타와〓정영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