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녕/교육간담회 「네탓 타령」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내탓이 아니라 네탓이다.’

교육부 주관으로 3일부터 8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일선교사 학부모 교장 교육전문직인사 등이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그렇게 요약할 수 있다.

교육개혁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 간담회는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 유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과 대안들을 한결같이 내가 아닌, ‘남의 영역’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딸의 과외비로 50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렸다”는 한 참석자의 고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잘못된 정부의 사교육정책과 그에 따른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만 과연 정책이나 제도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일까.

혹시 자식을 능력에 맞게 교육시키지 않고 돈을 절제있게 쓸 줄 모르는 학부모의 허영심과 과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었다.

촌지문제도 마찬가지.

학부모는 교사의 부패나 다른 학부모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교사는 학부모의 극성을 탓했다.

교육현장이 변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도 교장은 교사의 무관심과 무능력을 탓했고 교사는 교장의 무소신탓으로 돌렸다.

교육당국은 교육개혁의 걸림돌을 일선학교의 비협조로 인식한 반면 일선학교는 당국의 현장감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네탓’을 뒤집어 보면 결국 남의 입을 빌려 자신을 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모두가 ‘네탓’을 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 한다면 문제는 훨씬 쉽게 개선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녕<사회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