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논술의 위력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요즘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분야 중 하나가 글짓기다. 일기 독후감 기행문 시(詩)쓰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생들에게 상장을 가장 많이 주는 분야도 글짓기가 아닌가 싶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연히 어머니들은 그림일기를 잘 쓰도록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국어과목 하면 읽기나 받아쓰기 정도가 고작이었던 옛날과는 사뭇 달라졌다. ▼글짓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교육정상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교육개혁과 함께 대학입시제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 대입제도의 근간은 여전히 선택형 위주인 수능시험으로 돼 있으나 학교생활기록부와 논술 면접시험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논술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대학입시에선 논술과 학생부 성적이 특히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보도다. ▼서울대법대의 경우 4백점 만점에 3백90점대의 수능성적으로도 불합격한 반면 3백72점으로도 합격한 수험생이 나왔다고 한다. 3백90점대라면 전국 80여만명의 응시자 중 겨우 64명밖에 안되는 고득점이다. 당사자로선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본인에겐 안된 얘기지만 그런 점이 현행 대입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논술과 학생부는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은 수험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의 초중등 교육은 암기와 주입식에 치우쳤다. 대입제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 이제 논술과 학생부의 위력은 당락을 바꿀 만큼 대단한 것으로 입증됐다. 초중등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채점의 공정성 객관성을 높이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육정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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